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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May 16. 2017

생애 최고의 미식여행지 삿포로에서 먹은 것들

5년에 걸쳐 일본의 몇몇 도시를 여행했다. 도쿄로 시작해 오사카를 찍고 후쿠오카에 갔다가 이번엔 삿포로. 이번엔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이라 완전 식도락★ 행복했다. 부모님과 함께 갔을 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기깔나게 맛있는 건 먹지 못했고(사전조사도 부족했지) 남자친구와 갔을 때도 둘 다 맛집 검색 같은 덴 별로 관심이 없는터라 그냥 보이는 집에 들어가서 먹었다. 절반은 성공, 절반은 실패했던 걸로 기억한다.


여자들끼리 여행하면 먹는 걸로 시작해 먹는 걸로 끝난다. 상하이 여행 멤버들과 다시 뭉쳐 4개월 만에 삿포로로 떠났다. 맛집 검색에 특화된 친구가 이끄는 가게를 찾았는데 하나같이 맛있었다. 그동안은 맛집 검색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생각이 좀 바뀌었다. 많이 찾아본 만큼 맛있는 걸 먹는구나






떠나는 날 아침에 속이 좀 안 좋았는데 비행기를 타기 전 느끼한 빵을 먹었더니 속이 울렁울렁. 얼큰한 게 먹고 싶었다. 메뉴판을 보니 컵라면을 사면 김치와 단무지를 준단다! 김치를 먹기 위해 컵라면을 시켰는데 웬걸, 이제 김치는 지급되지 않는대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었던 신라면. 5000원짜리 컵라면. 첨에 그런 걸 왜 먹느냐고 핀잔을 주던 친구들도 완전 맛있게 먹음.


삿포로는 좀 독특했는데.. 시식이 엄청났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버스를 타기 위해 지하상가를 지나가는데 점원들이 이런 빵을 마구마구 나눠줬다. 열심히 받아먹었다. 도쿄나 오사카에선 이런 게 없었는데, 시골이라 인심이 후한가.



한적한 주택가에 있던 치킨 스프 커리 가게. 관광지가 아니고 그냥 진짜 사람 사는 동네에 있는 가겐데 정말 맛있었다. 스프 커리 예찬론은 여기에서 > 소울푸드 삿포로 스프커리 앓이 https://brunch.co.kr/@wonish/202



둘째 날 오타루 가는 길 기차역에서 산 명란젓 삼각김밥. 생각보다 별로..


눈물 나게 맛있었던 초밥..은 훼이크고 초밥 모양으로 만든 오르골. 모형인데도 맛있게 생겼어.



오르골 박물관에서 나와 찾아간 르타오라는 빵집. 엄청 유명한 빵집이라는데 단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냥저냥. 무엇보다 양이 너무 적어서 깜짝 놀랐다. 이때 사 먹은 케이크 양보다 길에서 시식으로 먹은 케이크가 훨씬 많을 것 같다. 시식 천국 삿포로 만세.


신기하게 생겨서 사 먹어본 길거리 음식. 안에는 센베랑 비슷하고, 겉은 김을 싸놨다. 김이 부드럽고 촉촉했다. 기대 안 했는데 뜻밖의 수확. 맛있었다.


자꾸 먹을걸 나눠줘서.. 무료로 받은 초콜릿.


비싸고 맛있는 핫바도 사 먹었다. 한국어 메뉴도 있다. 여럿이 함께 여행을 다니면 좋은 점은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거다. 한 개 사서 한 입씩만 먹어볼 수 있다는 거.



둘째 날 회심의 메뉴였던 카이센동. 이렇게 밥 위에 회를 잔뜩 얹어주는 걸 지라시 라고 부르던데, 카이센동하고는 다른 건지..? 뭐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카이센동. 연어알, 성게알, 연어, 왕새우, 게가 듬뿍듬뿍 들어가 있다. 한국 돈으로 한 그릇에 3만 원 정도 했다. 성게알은 평소 많이 먹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맛있었다. 비용이 부담돼 한명만 왕카이센동을 시키고 나머지 둘은 성게알이 빠진 걸로 시켰다.


요건 성게알이 빠진 일반(?) 카이센동. 이것도 충분히 맛있었다. 밥에 간도 잘 배어있고.


밥 먹고 나왔으니 이제 디저트 먹을 시간. 왕 타코야키를 발견했다. 근데 설명을 보면 타코야키(문어빵)가 아니라 새우도 들어있고 각종 해산물이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찾은 날이 이 가게의 마지막 날이었다. 폐점한다고.. 뭔가 묘한 기분.


다시 삿포로 시내로 돌아와 저녁을 먹자. 인스타그램에 삿포로 사진을 올렸더니 일본 팔로어가 라멘 집을 추천해줬다. 삿포로에 살았었다고 한다. 현지인이 추천해주는 집이라니! 달려갔다. 여기도 진짜 동네 음식점이었다. 분위기도 그랬거니와, 점원이 우리를 신기하게 보며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받아 본 가게라면 한눈에 한국인인 줄 알았겠지.




짠 콘버터라멘이다. 내가 진짜 애정 하는 옥수수에 파, 버터, 차슈, 미역줄기(!!)가 들어있다. 이거 진짜 이상한 조합인데 묘하게 중독성 있는 맛. 고기가 너무 커서 배불렀다. 치킨 스프 커리처럼 콘버터 라멘도 삿포로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레시피의 메뉴인 것 같다. 공항에서도 이 조합으로 된 라멘을 팔고 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다 먹었다. 요리해주신 분이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고, 옆 테이블에 앉은 일본 아저씨들도 놀라서 나를 보며 뚱뚱해진다는 시늉을 했다. 훗, 이 정도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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