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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Jun 12. 2017

우리 엄마에겐 나도 아기고양이겠지

1. 아이를 물가에 내놓은 엄마의 마음이라는 게 이런 걸까.


밤이가 온 뒤로 외출이 어려워졌다. 아직 혼자서 밥을 잘 못 먹는 아기라서 집에 혼자 두면 걱정이 된다. 입이 짧은 편이라 잘 먹지도 않는다. 오늘에야 겨우 사료를 먹기 시작했는데 어제까지는 우유만 조금 마셨다. 마신다기 보단 입만 축이는 정도. 이러다 굶어죽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됐다. 그러던 와중에 어제 첫 변[!]을 봤다. 바닥에 흔적이 있길래 설사를 한줄 알고 놀랐는데 예쁜 고양이 행주 위에 소세지같이 생긴 변 두개를 봐 놓았다. 비록 모래에다 한건 아니지만 아무렴 어때. 안심이 됐다. 기뻐서 사진까지 찍을뻔했다. 팔불출같지만 그렇다.


2. 배변 훈련


모래를 깔아놓으면 고양이는 거기에 변을 보고 다시 모래를 덮어놓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강아지보다 배변훈련 시키기가 수월하다고. 이제 새 집에 왔으니 훈련을 시키려고 물을 마시거나 사료를 약간 먹고나면 모래 배변판에 데려가고 있다. 너무 개방된 곳은 좋아하지 않는다 들어서 약간 어둡고 사생활 보호가 되는 곳으로. 거기 데려다 놓으면 신기하게 거기에 소변을 본다. 모래를 마구 파헤치더니 소변을 보고 의기양양하게 걸어나온다. 뭉쳐진 모래를 쓰레기통에 버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제 발로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는 거. 지금까지는 내가 계속 데려다 줬는데 본인이 자진해서 간적은 없다. 이거야 뭐, 차차 훈련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아이에겐 모든 것이 새롭고 혼란스러우니까 하나씩 해나가야지.



3. 회사에 있는 내내 밤이가 마음에 걸려 불안했다.


혹시 집안에 전선을 물어뜯다 감전이 되지는 않을지,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뛰어내리지는 않을지, 영양부족으로 쓰러지진 않을지, 베개 사이에서 자다가 숨막혀 죽지는 않을지.. 너무 작고 여린 아이라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집에 CCTV를 설치해놓고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얘가 집에 잘 있는지 너무 불안해서. 그러고보니 내가 이 집에 처음 온 날 밤 우리 엄마가 그런 말을 했었다. 너희 집에 CCTV 설치 하면 안되느냐고.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기가 차 했었는데.. 우리 엄마,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 것 같아. 우리 엄마에겐 아직도 내가 아기 고양이같은 존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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