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요일 밤만 되면 잠을 못 이루곤 했다. 침대에 누워 애꿎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내일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이직할 생각도 없으면서 괜히 채용사이트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다. 지난 몇 년간 그랬었다. 잠들지 못하는 일요일 밤이 두려웠다. 새벽 다섯 시까지 잠들지 못해 잠깐 눈만 붙였다 출근하는 날도 있었다.
2. 혼자 살고부터는 월요병-일요일 밤 병이라고 해야 할까-이 사라졌다. 토요일엔 재미있게 놀고 일요일엔 집순이 모드다. 집안의 온 가구를 한 곳으로 치워놓고 빗자루질을 하며 큰 먼지를 제거한다. 그다음엔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한 다음 침구와 러그는 테이프클리너로 먼지를 떼어낸다. 자취를 시작하고 청소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동안은 대체 어떻게 살았나 싶다. 청소라는 걸 공들여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뭐 여튼, 일요일엔 기분전환 삼아 가구 배치도 자주 바꾼다. 지난 주말엔 침대 위치를 바꾸고 본가에서 가져온 24인치짜리 모니터를 설치했다. 집 나온 지 3개월 만에 드디어 TV 비슷한 게 생겼다. 티비는 아니고 노트북에 연결해서 보는 모니터지만.
3. 모니터 설치에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다. 티비보는 걸 즐기지 않는다. 티비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 한번 켜면 좀처럼 끄기가 힘들어서다. 별로 볼 게 없어도 계속 채널을 돌려가며 그나마 볼만한 것들을 찾아 멍하니 보게 된다. 그런 게 싫어서 부모님과 살 때는 거의 티비를 켜지 않았다. 대신 내 방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나 드라마를 봤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여튼 그래서 자취를 시작한 뒤에도 별다른 불편 없이 잘 살고 있었다. 핸드폰이나 태블릿, 노트북으로 종종 넷플릭스를 봤다. 혼자 살면 시간이 남아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듯했다. 혼자 산다는 건 바쁜 것이었다.. 청소, 빨래, 설거지, 요리를 다 하고 나면 정작 나 혼자 여가를 즐길 시간은 많지 않다.
밤이와 함께 살고부턴 더더욱 그랬다. 집안일이 x2가 됐으니까. 그래도 간혹 시간이 나면 넷플릭스 보기를 시도했는데, 밤이가 방해하는 통에 거의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핸드폰으로 보면 내 손을 물어뜯고, 노트북으로 보고 있으면 그 위에 올라가 키보드를 눌러대고, 태블릿으로 보면 귀신같이 종료 버튼을 찾아서 끈다. 그래, 지금 우리 집 고양이 얘기다. 내가 집에 없을 때 혼자 선풍기도 켜는 아이다. 동영상 앱엔 화면 잠금 기능이 있는데 넷플릭스엔 그런 거 없다.. 그래서 참다못해 집에 있는 모니터를 가져오게 된 거다. 노트북에 연결한 다음 노트북 덮개를 닫아놓은 뒤 볼 수 있으니까. 막상 설치하고도 보니 꽤 마음에 든다. 당초 목적은 '비밀의 숲'이었는데 어젠 '효리네 민박'을 연달아 몇 화 봤다. '삼시세끼'의 민박집 버전 같다. 요즘 예능의 트렌드는 힐링인가 보다.
4. 아, 딴 얘기로 샜는데 월요병이 왜 사라졌냐면 일요일에 즐거운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해서다. 집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다음날 먹을 도시락을 미리 싸 두고, 가벼운 술도 한 잔 마시고, 입을 옷을 곱게 다려서 걸어놓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싶다. 어쩌다 보니 알게 된 월요병 퇴치법이랄까. 내일을 기다릴 이유를 만들라는 것.
마케팅 부서 발령을 받았습니다. 5년간 기자로 일했기에 홍보 업무에는 자신이 있었고, 마케팅이라고 뭐 다를 게 있겠나 싶었습니다. 오만한 생각이었습니다. 누구나 마케팅을 말하지만. 진짜 체계적으로 잘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며, 매우 전문적인 분야입니다. 5년차 마케터인 제가 감히 '전문가'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여러분과 같은 위치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들을 책에 담아 보았습니다. 너무 기본적이라 주변에 물어보기도 부끄럽고, 인터넷에 검색해 보아도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최대한 모아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