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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Jul 25. 2022

초보운전자는 타인에 대한 믿음이 필요해

기능시험을 100점으로 합격하고, 도로주행에 돌입했다.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하며 느끼는 건데 점점 어려워진다. 학과시험공부를 할 때는 어서 운전대를 잡고 싶다는 전의를 다졌고, 장내 기능 주행을 할 때는 이게 진짜 운전의 세계구나 싶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 도로로 나와보니 장내 주행은 그냥 장난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게 진짜 운전의 세계인 것이다. 연습용 차들만 시속 10km로 달리던 안락한 시험장은 가짜 세상이었다..!


도로로 나와서 가장 어려웠던 던 의외로 엑셀 밟기였다. 코스 주행을 하며 브레이크 밟기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지긋이, 지긋이 급제동하지 않고 예쁘게 브레이크 밟는 법은 숙달이 됐다. 하지만 진짜 도로에 나가면 액셀을 밟아야만 했다. 기어를 D에 놓고 세월아 네월아 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액셀을 밟는데도 마찬가지로 요령이 필요했다. 갑자기 세게 밟으면 안 되고 천천히 속도를 올려야 한다. 그러다가도 속도를 낮춰야 하면 얼른 브레이크로 발을 옮겨 천천히 밟아줘야 했다. 속도는 생각보다 잘 올라갔다. 별생각 없이 계속 액셀을 밟다 보니 시내에서 시속 70킬로는 쉽게 넘어갔다. 속도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스쿠터 타던 시절 시속 40까지만 올려도 너무 빨라서 날아갈 것 같았는데 자동차는 끄떡없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내 속도를 가늠한 지 못한 채 평화롭게 달리다 갑자기 사고가 날까 봐.


운전을 배우다 보니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다. 그동안 남의 차에 탈 줄만 알았지 운전은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친구들이 운전하는 걸 보면 되게 쉬워 보였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간단치 않다. 차 속도를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지 않게 유지해야 하고, 속도를 맞추면서 신호도 준수해야 하고, 사이드미러와 백미러로 주변 차들도 잘 살펴야 한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정보를 파악한 뒤 처리해야 하니 긴장이 되고 아직은 버겁다. 운전을 오래 한 사람들에게는 숨 쉬는 것처럼 쉬운 일일지 모르겠지만 처음인 내게는 경이롭게 느껴진다.


보행자로 30년을 살다 운전자가 되어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다. 반성하는 것들도 있고.



1. 갓길이나 좁은 골목에서 핸드폰 보며 느릿느릿 걷지 말아야겠다.

그동안 별생각 없이 그렇게 다녔는데 운전자 입장이 되니 엄청 신경이 쓰인다. 차와 보행자가 같이 쓰는 길 한가운데서 세상 편하게 걷고 있는 보행자를 보고 있노라면.. 과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2. 깜빡이 안 켜고 운전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을까?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에겐 모든 것이 평가요소이고 감점 요인이다. 신호 준수, 속도 준수, 정지 시 중립 기어, 차선 변경 시 150m 전 깜빡이 넣기... 그런데 막상 운전을 해보니 깜빡이도 안 넣고 차선을 바꾸거나 방향을 바꾸는 사람이 꽤 많다. 초보운전자에게는 너무나 두려운 존재인 것.. 물론 나도 운전에 익숙해지고 나면 해이해질 수 있겠지만 지금 마음가짐으로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


3. 초보에겐 타인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저 차가 갑자기 내게 와서 꽝 하고 박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든다. 버스가 내 옆으로 다가온다. 나한테 와서 박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아마 오래된 운전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을 것 같다. 연수 때 강사에게 이 얘길 했더니 다른 운전자들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차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빨간불에 서고, 파란불에 주행하며, 자신의 차선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2019년 운전면허 준비하던 시절 써둔 일기가 있어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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