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담당기자로 일하던 시절 모마(MoMA, 뉴욕현대미술관)는 내게 꿈같은 공간이었다. 모마 관련 외신을 접하고 인용 보도를 하며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다짐했었다.
이번 뉴욕 여행에서 모마에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일정이 고작 이틀뿐이라 미술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꼭 보고싶은 작품들만 골라 효율적으로 감상을 해야 한다. 미술 담당으로 일하던 당시 모마에 다녀온 후배가 사다 준 '모마 하이라이트' 작품집을 보며 보고 싶은 작품들을 표시해봤다. 그런데 막상 모마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현장에서 볼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래서 2018년 9월 기준, 모마에 가면 볼 수 있는 작품들 중 꼭 보고싶은 것들만 골라봤다.
1.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 5층 컬렉션 갤러리
모마에 있는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그림이 아닐까. 모마까지 갔으니 꼭 봐야겠다.
2.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1907 / 5층 컬렉션 갤러리
피카소의 추상화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것 역시 너무나 유명한 작품인 것..
3. 오스카 슐레머, 바우하우스 계단, 1932 / 2층 바우하우스계단
모마 작품집을 보다 발견했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작품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이 작가는 독일 미술건축디자인학교 였던 바우하우스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나치로 인해 바우하우스가 폐쇄됐다고 한다. 뉴욕현대미술관이 유럽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소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대전이 있었다. 전쟁으로 작품 활동에 위협을 느낀 많은 화가들이 뉴욕으로 터전을 옮겼기 때문이다. 모마가 있었기에 이런 위대한 작품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고, 유럽 입장에선 전쟁 때문에 작품을 빼앗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4. 살바도르 달리, Illumined Pleasures, 1929 / 5층 컬렉션 갤러리
한때 르네 마그리트와 함께 좋아했던 초현실주의 작가. 작품 속 분위기가 참 독특하다. 꿈속 같은 느낌. 달리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시계가 흘러내리는 모습이 담긴 '기억의 집착'은 현재 전시장에서는 볼 수 없다고..
5. 르네 마그리트, 연인, 1928 / 5층 컬렉션 갤러리
참으로 기괴한 그림.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그림.
6. 브라이스 마든, The Propitious Garden of Plane Image, Third Version, 2000-2006 / 1층 가든 로비
여섯 개의 패널로 이뤄진 유채화. 브라이스 마든이라는 작가는 모마 컬렉션을 보다 발견한 작가인데 색만으로 굉장히 느낌을 잘 전달하는 것 같다.
7. 프리다 칼로, 나의 조부모 부모 그리고 나(가계도), 1936 / 5층 컬렉션 갤러리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의 화가다. 이렇듯 참으로 자전적인 그림을 많이 그렸다. 어린 나이에 큰 교통사고를 당해 평생 온몸에 철심을 박은 채로 그림을 그렸다. 몇년 전 서울에서 있었던 프리다 칼로 전시도 다녀왔는데, 그땐 작은 작품들 위주라 실망스러웠었다. 작품집도 사고, 영화도 챙겨볼만큼 좋아했던 작가.
8. 잭슨 폴록, 하나(No.31, 1950), 1950 / 5층 컬렉션 갤러리
가로 사이즈만 5미터에 달하는 잭슨 폴록의 대작. 그림 속에 들어가서 물감을 마구 흩뿌려서 작품을 완성했다. 실제로 꼭 보고싶은 작품.
9. 로이 리히텐슈타인, 인테리어, 1992
이렇게 작은 이미지로 보면 그냥 컴퓨터로 대충 그린 그림 같은데, 이것도 가로 크기만 4미터가 넘는 대작이다. 캔버스에 그린 유채화이고. 전시된 모습을 사진으로 보니 꽤 멋지더라. 취미로 회화를 배우던 시절에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을 종종 그렸었다. 따라그리기 쉬워서.
10.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무제(총기 사망), 1990년에 시작 / 5층 컬렉션 갤러리
이것이 현대미술이라고 말하고 있는듯한 작품.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는 (지금은 사라진) 삼성 플라토 미술관 전시 때 처음 접한 작가다. 관객의 참여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작가. 이 작품은 총기 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이름과 사진, 사망 당시의 상황이 담긴 기록이다. 이 인쇄물은 9인치(23cm) 높이로 쌓여있는데, 관객들이 종이를 가져가면 또 인쇄해서 다시 9인치로 높이를 맞춰놓는다고 한다. 그게 가장 이상적인 높이라고 생각한다나.
*트리비아
1. 모마 컬렉션 사이트에서 작가 이름이나 작품명을 검색하면 정말 멋진 결과물이 나온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작품은 제한적이다. 유명한 작품들은 해외 유명 미술관으로 대여를 많이 나간다. 그럼 원래 소장처인 미술관에서는 볼수가 없는 것.. 물론 오리지널이 아닌 카피로 대여해줄 때도 있기는 하지만. 빌려준 게 아니라 학예실 판단에 따라 수장고에 잠들어 있을 수도 있다. 보수 중인 경우도 있고. 여튼 그래서 모마 컬렉션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볼 수 없는 작품들도 상당하다.
2. 모마 컬렉션 중 홍상수 영화도 4편이나 있더라.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비롯해서.. 전통적인 미술관의 성격에 맞춰 보자면 이상한 일 같지만, 요즘 이미지가 소비되는 형태를 생각해보면 미술관이 온라인으로 영상물을 소장하는 건 당연한 일 같다.
3. 클림트 작품을 실제로 꼭 보고 싶었는데.. 소장은 하고 있는데 전시 중인건 없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