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첫 경험, 시티타워 도요스
부모님과 함께한 첫 해외여행이었다. 엄마, 아빠, 그리고 나. 엄빠는 몇 번의 해외여행 경험이 있었지만 늘 단체관광이었다. 다들 비슷한 이유일 거라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그쪽이 편리하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이다. 사실 해외여행을 다녀보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별 큰 문제가 없다. 물론 언어가 통하면 훨씬 편하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못 한다고 여행을 못 하는 건 아니다. 이리저리 부딪히고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언어쯤은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부모님 세대에게 자유여행은 쉽지 않은 도전인가 보다.
도쿄에 도착하자 엄마는 무척 즐거워했다. 즐거움의 이유 중 하나는 자유여행이라는 거였다. 부모님 결혼 기념 30주년에 오빠와 내가 태국여행을 보내드렸는데, 이제와 말이지만 상당히 고생을 하셨단다. 단체로 끌려 다니며 원치도 않은 곳을 쫓아다니느라 혀를 내두른 모양이다. 단체로 하는 해외여행의 경험이 주로 그러했는데, 우리 가족 셋이서만 단출하게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좋으셨던 모양이다. 밥도 원하는 곳에서 먹을 수 있고, 차도 원하는 곳에서 마실 수 있고. 원치 않는 곳은 안 가도 된다.
엄마가 찍은 나.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찍힌 사진 중 열에 아홉은 이런 모습이다(..) 표 끊는 사람.
여행에 앞서 가장 고심한 건 숙소였다. 처음엔 호텔을 알아보다 셋이 가는 거니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해 집을 빌리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이 사이트의 모토는 ‘우리 집에 남는 방 있으니 자고 가’다. 그러나 꽤 많은 숙소들은 이미 ‘우리 집’이 아닌 영업용 숙소다. 펜션과 다를 바 없는 곳도 많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빌린 집은 도쿄 중심과는 살짝 떨어진 고토구 도요스역 근처에 있었다. 에어비앤비에 올라와있는 사진을 보니 경치가 끝내줬다. 오피스텔 18층이라나. 1박에 19만원정도 했으니 예산보다 비쌌다.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묵어볼까 싶어서 예약을 했다.
에어비앤비 이용후기를 보니 - 비단 에어비앤비만의 이야기겠냐만 - 숙소가 사진과 실물이 다른 경우가 아주 많다고 했다. 다행히 그 집은 숙소에서 본 그대로였다. 청소 상태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대체로 깔끔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뷰였다. 커다란 창문으로 도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도쿄타워, 스카이트리 전망대 부럽지 않았다. 거실에 이불을 깔아놓고 도쿄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엄마와 잠을 잤다.
호스트는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었다. 에어비앤비 앱으로 이야기를 나눠 체크인 시간을 정하고 숙소에 도착했다. 일본어와 영어를 할 줄 아는 호스트여서 영어로 대화를 했다. 숙소에 컵라면과 커피, 과자, 술 등이 있었는데 마음껏 먹어도 좋다고 했다. 집안 곳곳을 다니며 소개를 해줬다. 말미에는 창밖으로 보이는 도쿄 디즈니랜드를 가리키며 “불과 30분 전에 저기서 불이 났었다”고 했다. 무슨 안 좋은 조짐인가 싶어 “불이 났다고요???? 왜요??”라며 눈을 휘둥그레 뜨니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뭐, 별일 아니겠지 싶어 말았다.
밤이 돼서야 그 불의 의미를 깨달았다. 디즈니랜드에서 폭죽이 펑펑 터지는 게 보였다. 한 30분쯤 그렇게 폭죽놀이가 이어졌다. 가만 생각해보니.. 호스트는 ‘firework’라는 단어를 썼던 것 같다. 그리고 30분 전이 아닌 30분 동안이라고 말을 했을 테지. 뭐, 부모님 앞이고 해서 당황해서 잘못 알아들었나 보다. 다들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혼자 있으면 외국인과 자신 있게 이야기하다가도 옆에 한국인이 있으면 위축되고 말도 안 나오는 거. 특히나 부모님은 내 영어실력에 대해 상당히 신뢰를 가지고 계셨는데 - 유럽여행 몇 번 다녀왔으니 영어쯤이야 거뜬히 하겠지 - 사실은 아니었다는 거.
결론 : 영어를 잘 못해도 여행은 충분히 즐겁다.
우리가 묵은 시티 타워 도요스(City tower Toyosu). ⓒ이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