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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May 04. 2019

운동을 열심히 하면 살이 빠질까?

우리는 왜 운동을 하는가


내가 일주일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 토요일 아침이다. 7시쯤 일어나 샤워를 하고, 머리는 적당히 말리고, 라켓 가방을 챙긴다. 오늘은 비닐봉지에 물티슈랑 바나나 하나를 담고, 아이패드도 챙겨서 나왔다. 토요일 아침 7시 30분의 버스는 정말 한산하다. 버스 창문을 살짝 열고 바람을 맞으며 테니스장으로 향한다. 아직 아침 공기는 약간 차지만, 이제 속지 않지. 테니스 치기 전엔 꼭 점퍼를 벗는다. 5분만 공을 쳐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공을 받다 보면 엄청 더워진다. 지난 수업 때는 소파 자체배송+조립하고 난 다음날이라 팔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공이 안 맞았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좋다. 어젯밤 잠도 잘 잤겠다, 옷도 시원하게 입었겠다. 확실히 공이 잘 맞는다. 오늘은 백핸드 스트로크도 시작했다.  


테니스는 종합적인 신체 단련이다. 어떤 운동이든 처음 할 때는 다 그렇겠지만,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테니스의 기본 동작인 포핸드 스트로크를 생각해보자. 일단 라켓을 잡는 것부터. 라켓 면이 하늘 방향으로 열리지 않도록 잡아야 한다. 면이 열리면 어떻게 쳐도, 공이 붕 뜬다. 라켓을 떨어트리지 않도록 쥐되, 너무 세게 쥐면 손목과 팔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 오래 못 친다. 대기할 때는 살짝 쥐고 있다가, 공을 맞추는 순간에는 힘을 주어야 라켓이 헛돌지 않는다. 그 힘 조절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되어야 하는데 처음이라 쉽지가 않다. 그뿐인가, 공이 날아오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둥글게 어깨를 돌려 라켓을 빼야 하고, 가볍게 발을 구르면서 공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가벼운 발구르기를 통해 공과 내 몸 사이의 거리를 맞추는데, 너무 멀면 공을 맞추지 못하거나 엉뚱한 곳에 공이 맞고 너무 가까워도 팔을 뻗을 공간이 나오지 않아 공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반대편에서 공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어디에 공이 바운드될지를 예측한 뒤에, 적당한 거리에서 멈춘 다음 라켓을 휘둘러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찰나의 순간에 내려야 하는 판단이다.

주워야만 한다.. 이 많은 공들.


지난 일 년간 해온 필라테스와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다른 운동이다. 정적인 필라테스와 동적인 테니스, 속근육을 은근히 사용하는 필라테스와 겉근육으로 순간적인 힘을 내는 테니스, 개인 운동인 필라테스와 단체운동인 테니스, 횟수로 구성된 필라테스와 연속적인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테니스. 각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다르기에 어느 것이 더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필라테스를 1년 정도 하다 보니 야외에서 동적인 스포츠를 즐기고 싶어 다시 테니스를 시작하게 됐다.


사람들은 왜 운동을 할까. 많은 경우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운동을 한다고 살이 빠지지 않는다. 내가 바로 살아있는 증거다(..) 섭취하는 에너지원보다 소비하는 에너지 양이 많으면 살이 빠지고,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물론 낫지만 운동 자체로 체중 감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체감상 체중 감량에서 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고 나머지 90%은 식이요법이라 본다. 운동을 해서 살이 빠지는 건 운동 자체의 결과라기보단 그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운동했으니 식이 조절도 좀 해야지, 큰돈 들여 피티 끊었으니 관리해야지)인 경우가 많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운동의 효과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은 근육을 필요로 한다. 안 그러면 나이 먹어서 서서히 몸이 무너져 내린다. 모래성처럼.


나는 왜 운동을 할까. 즐겁기 때문에 한다. 내가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이 언제인가를 곱씹어 보면 운동을 하는 도중, 그리고 운동을 마치고 나서다. 운동마다 재미의 종류도 다르다. 필라테스의 경우 한정된 근육을 정적으로 사용하는데, 요령이 생기고 나면 어디에 힘이 들어가는지를 아니 재미가 있다. 단련이 되는 느낌이다. 물론 대부분의 순간들은 무척 괴롭지만.. 뻣뻣하게 굳은 내 몸을 깨우는 느낌은 정말이지 좋다. 필라테스든, 요가든, 웨이트트레이닝이든 처음 시작하면 그동안 내가 내 몸에 대해 얼마나 모른 채 살아왔는가를 깨닫고 정말 놀라게 된다. 내 몸의 근육을 하나씩 깨우고, 전신 거울을 보며 꼼꼼하게 확인한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땀범벅이 된 내 모습을 본다. 예쁘지 않지만 뿌듯하다. 테니스는 공이 맞는 그 순간의 즐거움 때문에 한다. 그리고 어떤 운동이든, 끝나고 나면 정말로 기분이 좋다.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회사일에서 오는 성취감과는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다. 다른 누구와 경쟁해서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서도 아닌, 온전히 나 자신으로부터 오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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