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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Nov 03. 2015

IP전문기업 ‘윕스’ 김종택 상무

“특허 1건 믿고 사업하면 망한다”

“특허 등록만 되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발명이라도 특허 하나만 믿고 사업을 하는 건 어림도 없는 얘기입니다”


김종택 윕스(WIPS) 전략사업실 상무는 먼저 특허에 대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청 심사관 출신인 김 상무는 ‘특허가 등록되었다는 것’은 “심사관이 주어진 기간내 특허 출원된 발명에 대해 거절할만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설명했다.


“일부 발명가들은 특허 등록이 무소불위의 권력인 것으로 오해합니다.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다가 거리로 나앉은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경쟁사 등에서 특허 무효 심판을 신청해 무효 판정이 나는 비율만 절반이 넘는다. 새누리당 이강후 국회의원이 공개한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특허심판을 받은 303건 중 56.1%에 해당하는 170건이 무효 판정을 받았다. 이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IP전문기업 ‘윕스’ 김종택 상무 ⓒ 중기이코노미


“특허로 사업하려면 포트폴리오 구축해야”


특허청이 심사기간 단축을 정책 목표로 정한 뒤 무효율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국회의원에 따르면 특허청 심사관 한 명이 한 건의 특허를 심사하는데 들이는 시간은 8.7시간에 불과하다. 심사 기간은 양날의 검이다. 빠르면서 정확도까지 높은 심사를 하기란 쉽지 않다.


“특허 심사의 정확도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어느 나라든 심사 기간이 짧으면 무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효율이 낮다는 건 심사관이 그만큼 특허 하나를 오래 붙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출원인들은 심사기간이 길어지면 싫어합니다. 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겠죠”


김 상무는 특허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최소 8건의 특허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허 관련 법 집행체계는 심사→심판→특허법원→대법원 네 단계다. 그에 따르면 각 단계에서 특허의 유효성이 인정될 확률은 50% 정도. 그러니 8건은 확보하고 있어야 다음 단계에서 4건, 그 다음에 2건, 마지막에서 1건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어느 날 중소기업에 특허침해 경고장이 날아왔다고 칩시다. 거기에는 ‘특허 XX호 외 10건에 대한 특허를 침해했으니 2주 안에 지방법원에 출두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그런 경고장을 받는 회사는 특허 하나로 사업을 하는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지식재산 전담 인력도 없고, 주치의로 활용할만한 변리사 사무소도 마땅치 않죠. 특허침해 경고장은 손 떨리는 일입니다”


특허소송은 ‘패’ 싸움이므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제품에 대한 특허라면 제품이 포함하고 있는 부품은 무엇인지, 기술에 관한 특허라면 그 기술을 활용한 제품은 무엇이 있을지 까지 특허로 등록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가진 여러 개의 패(특허) 중 어느 것이 가장 강력한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했다.


특허로 사업을 한다면 유효한 특허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제 아무리 독창적인 아이디어라도 특허로는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 김 상무는 “타사의 침해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명의 내용을 규격화해야 한다. 이런 특허는 지식재산 전문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면서 “때로는 발명취지와는 동떨어진 특허가 더 큰 가치를 발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앞만 보고 달리면 넘어진다…‘기술 로드맵’ 활용을


윕스가 중소기업청의 의뢰로 2010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기술로드맵.


김 상무가 몸담고 있는 윕스(WIPS)는 전 세계 특허청으로부터 특허 자료를 수집해 고객사에게 제공하는 회사다. 민간기업 중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특허청으로부터 발명 평가기관 지정을 받았다. 2010년부터는 중소기업청의 의뢰를 받아 중소기업 기술 로드맵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술 로드맵은 국가에서 육성 중인 20개 기술 분야를 심층 분석한 보고서라고 보면 된다. 친환경생산, 바이오, 우주항공, 안전보안, 로봇응용, 의료기기, 디스플레이 등 각 분야의 국내외 최신 기술 동향과 시장 선도업체에 관한 정보가 담겨있다. 매년 책으로도 발행하고 온라인(smroadmap.smtech.go.kr)에 접속하면 누구나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기술 로드맵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종택 상무는 중소기업들이 알토란같은 자료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중소기업도 대기업 주문생산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시장 동향을 제대로 알고 사업을 해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대기업에 A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있다고 칩시다. 기술 로드맵을 만들다 보면 이 부품은 3년 뒤면 B로 교체된다는 것이 뻔히 보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중소기업은 생산량을 늘려달라는 대기업 말에 A부품 생산라인을 늘리죠. 3년 후 대기업이 A부품이 필요없다는 통보를 해오면 중소기업은 존폐의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부터 발주를 받아 납기일 맞추기에도 빠듯한 것이 현실이다. 시장 상황과 특허 출원 동향까지 챙기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로 들릴 수 있다. 김 상무 역시 이같은 중소기업의 고충을 충분히 깨닫고 있다. 그럼에도 ‘알고는 있어야’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A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3년 후 이 부품의 수명이 다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 달랐을 겁니다. 생산라인을 늘리는 대신 대체재 개발을 시작했겠죠. 눈앞에 있는 것만 보고 사업을 하니 멀리 있는 위험을 파악하지 못하는 겁니다. 미리 안다면 다른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바로 기술 로드맵이 기술개발 동향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중소기업 기술 로드맵에서 획득한 정보는 정책자금 신청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정책자금 신청을 하려면 시장 현황과 사업성에 대해 적어야 하는데, 이를 파악하지 못해 신청조차 못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지원받는 기업만 계속해서 정책자금을 받는 셈입니다. 기술 로드맵이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분명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이 글은 중기이코노미에 2015년 10월 23일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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