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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Mar 12. 2021

어떤 사람이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유니클로 '라이프웨어' 매거진을 읽어보세요.

“별거 아닌 옷도 기분 좋게 입고 있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별거 아닌 옷도 기분 좋게 입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유니클로에서 발행하는 매거진 ‘라이프웨어’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터뷰가 실렸다. 새 작품에 대한 진지한 내용은 아니고, 매거진의 취지에 맞게 삶과 생활, 그리고 옷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진 가벼운 인터뷰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별거 아닌 옷도 기분 좋게 입고 있는 사람이 멋있다’고 한다. 기분 좋게 입는 옷. 글자만으로도 편안해지는 말이다.


옷에 대한 기준이 바뀌고 있다.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스키니진이 엄청난 유행이었다. 처음 봤을 땐 쫄바지 같고 해괴해 보였는데, 어쩌다 보니 나도 스키니진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 숨쉬기도 어려운 바지를 입고 밥도 먹고, 수업도 듣고.. 참 고통스러웠다.(밥 많이 먹은 날엔 바지 단추를 살짝 열어두었었다.) 그때는 스키니진을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등교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지금에 와 생각하면 대단하구나 싶다.


이제는 편안한 옷이 대세다. 기업들도 직원들에게 캐주얼한 옷을 허용하고, 스키니 핏보다는 루즈핏이 대세다. 누군가는 보기 민망하다고 하는 스포츠웨어까지도 거리로 나왔다. 비단옷뿐이랴. 탈코르셋 운동이 유행처럼 번지며 불필요한 화장이나 건강을 해치는 패션이 질타를 받기도 했다. 남들 눈에 그럴듯한 차림새가 아니라 내 몸에 편안하고 좋은 옷과 차림새가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가는 중이다. 참으로 긍정적인 변화다. 모든 변화가 그러하듯 과도기에는 각종 잡음과 논란이 있지만 (레깅스 입고 거리를 다녀도 되는 거야? 같은.) 이러한 의견 충돌 역시 나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옷차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토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


내가 가장 즐겨 입은 의류 브랜드는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처음 봤을 때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브랜드는 아니다. 일부 라인을 제외하면 화려한 무늬나 실험적인 디자인도 없고 너무 밋밋하다 싶을 정도로 평범해 보인다. 흰쌀밥 같은 옷이다. 하지만 입어 보면 몸이 정말 편안하고, 매일 입어도 질리지 않는 깔끔한 디자인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건 속옷 라인. 몇 년 전 유니클로의 와이어리스 브라를 접한 후로 다른 브라는 착용할 수 없게 되었다. 봉제선이 없는 팬티도 마찬가지. 피부와 밀접하게 맞닿는 속옷은 유니클로 제품만 입는다. 그게 내 몸에 가장 편안하다.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지는 이른 봄에는 무엇보다 편한 옷이 최고.


그런 유니클로에서 참 유니클로스러운 매거진을 만든다. 삶과 옷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라이프웨어’다. 작년부터 유니클로 매장에 가면 종종 보였는데, 이번에 이 매거진에 대해 리뷰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매거진도 유니클로의 옷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이 매거진에는 자신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건강을 찾아서(Find your Healthy)’라는 주제로 발행된 이번 호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터뷰가 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일러스트레이터인 안자이 미즈마루의 작품이 표지에 실렸다. 안자이 미즈마루의 일러스트는 단순해서 누구나 따라 그릴 수 있을 듯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참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하다. 그런 면에서는 하루키의 작품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해야 하나. 하루키가 글을 쓰고 미즈마루가 일러스트를 그린 에세이 집이 여러 권 있는데, 내가 참 좋아하는 책들이다. 나는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집을 더 좋아한다. 읽고 있노라면 ‘인생 뭐, 아무렴 뭐 어때’라는 느슨한 마음이 든다.


라이프웨어 매거진은 유니클로 매장 계산대에 가면 비치돼 있다. 무료라서 그냥 가지고 와서 보면 된다. 유니클로 옷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룩북이자, 여러 예술가들의 인터뷰가 담긴 잡지다. 물론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호에 실린 유니클로 와이어리스 브라 개발 과정에 대한 꼭지도 아주 흥미로웠다. 와, 이 사람들 찐이구나. 브라 하나 만드는데도 이렇게나 진심이구나 싶다.

밤이와 라이프웨어 매거진.

*해당 업체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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