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이 없는 회사에 다닌다는 것

by 일곱시의 베이글

예전 회사의 출근 시간은 8시 30분까지였는데, 보통 6시 20분쯤 집에서 나섰다. 나는 주로 버스로 출근을 했기에 여유를 두고 움직였다.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광역버스로 출근을 하는 경우, 운이 좋으면 아주 빠르게 도착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무한정 늦어진다. 그래서 월요일에는 그보다 일찍 나선다. 월요일이 아니어도 이상하게 차가 막히는 날이 있다. 언젠가 한 번은 6시 20분에 집에서 나섰는데 회사에 도착하니 8시 40분이었다. (2시간 20분 걸림) 도로 위의 상황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서 조금 일찍 나오는 것이 좋다.


아침에는 머리를 감고 제대로 말리지 못한 채 나왔다. 버스가 조금이라도 정체되면 초조했다. 버스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불안했다. 늦을 것 같으면 미리 팀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그 회사는 1분이라도 지각을 하면 전자시스템에서 결재를 올려야 했다. 지각을 여러 번 하면 고과에 불이익이 있었다. 지각을 많이 해서 전사 공지에 뜨고, 감봉을 당한 동료들도 있었다. 팀장도 다른 건 몰라도 근태에 있어서는 굉장히 예민했다. 회사 다니는 내내 출근 시간이 스트레스였고, 지각하는 꿈만 수십 번은 꿨다.


지금 우리 회사에는 지각이 없다.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라 오전 7시~10시 중 원하는 시각에 출근을 해서 8시간을 근무하고 퇴근하면 된다. 퇴근 시간은 오후 4시~7시다. 물론 오전 10시가 넘어서 회사에 오면 지각이기는 하나,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는 아니다. 10분 늦게 왔으면 10분 더 일하고 가면 된다. 이 변화가 내게는 정말 크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각은 예전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여유롭게 머리도 말리고, 우리 집 고양이 밤이랑 아침에 노닥거리기도 한다. 버스를 놓칠 것 같으면 다음 버스를 타면 된다. 다음 버스를 타도 아.무.문.제.없다. 그냥 퇴근을 조금 늦게 할 뿐이다. 아침에 심리적 압박감이 없다는 게 정말 행복하고 좋다. 버스가 막힌다고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 아침에 출근하다 출출하면 토스트를 사 먹고 가도 된다.


신체 리듬에 맞게 출근 시간을 조율할 수 있는 것도 좋다. 유독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날엔 한 시간 더 뒤척거리다 회사에 가도 된다. 지난 3개월간 회사에 다니며 교통 상황을 볼겸 여러 시간대에 출근을 해 봤다. 처음에는 이전 직장과 비슷한 시각인 8시 30분 전후로 출근을 했고, 그 후엔 10시까지 가 보기도 했다. 요즘에는 8시 30분 ~ 9시 30분쯤 출근을 하는 것 같다. 마음은 늘 7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을 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그래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보장이 되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들 금요일에는 일찍 출근을 해서 일찍 퇴근하는 분위기다.


한 회사의 직원들은 왜 모두 같은 시각에 출근해야 할까? 아마도 업무지시자가 필요할 때 항상 부하직원이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거다. 급하게 시킬 일이 있는데 내 눈앞에 없으면 불안하고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 그런데 따지고 보면 유연근무제를 해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근무 시간이 겹치니 충분히 그 안에 해결할 수 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서로 양해를 구하고 하면 된다. 뭐든 적응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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