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원 Mar 28. 2022

누가 코로나 안 아프다 그랬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를 마친 뒤 열흘이 흘렀다. 현재 남아있는 증상은 약간의 가래, 그리고 기침 정도다. 이전보다 쉽게 숨이 가빠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이건 기분 탓인지 실제로 신체기능이 저하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격리한 일주일 중 3일 정도는 아파서 꽤 고생을 했고, 그중 하루는 전에 없던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시작은 이랬다. 남편이 자꾸 목이 칼칼하고 답답한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은 자가진단키트에서 음성이 나왔는데, 계속 불편해서 3일쯤 뒤에 검사를 해보니 희미한 두줄이 떴다.(양성) 키트상 양성이면 PCR에서도 거의 확실하다고 해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나는 키트상으로도 음성이었고, 증상은 없었지만 계속 같이 지냈으니 이튿날 PCR 검사를 같이 받았다. 결과는 역시 남편은 양성, 나는 음성이었다.


PCR 결과가 나오고 우리 둘은 격리를 했다. 그러나 2~3일쯤 지나자 나에게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잠복기를 거쳐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했나 보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너무 아팠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종류의 통증이었다. 목에서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느낌 같다고 해야 하나. 남편이 받아온 약을 같이 먹었다. 다음날이 되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해열제를 포함한 약을 계속해서 먹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PCR 받으러 갈 기운이 없었다.(지금은 신속항원으로도 최종 확진을 받을 수 있지만 그때는 PCR이 의무였고, 우리 집 근처 선별 진료소에선 1시간가량 대기를 해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우선 약은 있으니 내일 검사받으러 가야겠다, 하고 휴가를 내고 쉬었다.


밤이 되자 점점 열이 오르고 몸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오한이 느껴지는데 몸은 뜨거웠다. 혹시나 하고 집에 있는 브라운 체온계로 체온을 재보니 무려 39.8도였다. 이런 체온은 처음 봤다. 체온계에 빨간색 창이 떴다. 얼음팩을 만들어 이마에 찜질을 하며 10분마다 한 번씩 열을 쟀다. 입맛이 없어 밥도 거의 먹을 수 없었다. 입안에 밥을 넣고 하염없이 씹는 둥 마는 둥 했고, 거의 밥을 먹지 못한 채 약만 입에 털어 넣었다. 빈 속에 약을 먹어서인지 속이 쓰리고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고열에 오한, 메스꺼움에 정신을 차리기 어렵고 숨쉬기도 힘들었다. 심박수를 확인해보니 몇 시간째 심박은 110~120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뉴스에서 본 온갖 무서운 사례들이 떠오르며 심장이 쿵쾅거렸다.


응급실에 가고 싶었지만 병상이 부족해 가도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거나 입원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단념했다. 익숙한 내 집에서 계속 얼음찜질을 하며 쉬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때 정말로 나 큰일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다. 남편보고 나를 계속 지켜봐 달라고 했다. (혹시나 위험한 순간이 올까 봐) 그날 밤이 무사히 지나고 아침이 찾아왔다. 다행히 아침이 되자 열은 38.5 정도로 떨어졌다. 열은 떨어진 대신 목이 완전히 가버렸다. 날카로운 철사로 목을 긁는 듯한 느낌이 났다. 목을 가다듬어 가래를 없애 보려 해도 더 목이 긁히는 느낌만 났다. 와, 이런 느낌은 정말 처음이었다. 그래도 정신은 좀 들어서 PCR 검사를 받으러 갔고, 역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주변에도 보면 코로나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내경우엔 정말로 힘들었다. 정리해보자면,

3일 정도 고생했고 그중 하룻밤은 죽다 살아났다.

나중에 찾아보니 재택치료 중 응급상황으로 판단되는 것 중 하나가 해열제를 먹었음에도 38.5도 이상 열이 오르는 거라고 하더라. 의사의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입맛이 없어도 억지로라도 밥을 먹고 약을 먹어야 한다. 빈속에 약 먹으니 속이 뒤집어져서 정말 고통스러웠다.

생각보다 코는 멀쩡했다.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은 일절 없었고 몸살이나 근육통도 없었다.

코로나는 안 걸릴 수 있다면 안 걸리는 게 좋은 것 같다. 어떻게든 내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특히 나이가 있거나 기저질환이 있다면 조심 또 조심. 주변에 돌아가신 분도 있다.

조금 억울하단 생각도 했다. 코로나가 확산되며 1-2월 두 달간 가족을 제외한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집-회사만 오갔는데.(그마저도 재택근무가 대부분)

그나마.. 좋은 점을 찾아보자면 코로나 걸리기 이전보다는 코로나에 걸릴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는 것 정도.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2021년에 이룬 다섯 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