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시험 6주 전
매일 스터디카페에 가고 있다. 퇴근하고 저녁 먹고 밤 12시까지 공부, 요즘 같은 연휴 때는 아침에 가서 잠자기 전까지 공부를 한다. 한 이틀 정도는 1시가 다 되어 집에 온 것 같다. 직장인이 무슨 공부인고 하니, 어른들의 수능이라는 공인중개사 시험이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1년에 한 번씩 치러진다. 작년에 1차 시험을 보아 합격했고, 올해 2차까지 합격하면 자격증을 딸 수 있게 된다. 만약 올해 2차 시험에서 탈락하면 1차 합격 이력까지 사라진다. 내년에 1차부터 다시 봐야 한다. 작년과는 다른 절박함이 있다.
시험은 절대평가다. 5지선다형 시험에서 평균 60점만 넘으면 된다. 이렇게만 말하면 어려울 것도 없어 보이는데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시험 범위가 꽤 넓고, 민법이나 등기법 같은 과목은 용어도 생소하고 복잡해서 적응하는 데만도 시간이 걸린다.
1차 시험은 부동산학개론과 민법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덕분인지 부동산학개론은 생각보다 수월했는데, 민법은 정말 최악이었다. 도저히 내 머리론 이해가 안 되어서 울면서 공부를 했다.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한가 자책하면서. 결국 어찌어찌 합격은 했다. 1차는 암기할 것도 많긴 하지만 이해를 요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에 비하면 2차는 암기 비중이 높다. 어려운 건 아닌데, 할 게 너무 많다. 공법, 공인중개사법, 공시법(지적법, 등기법), 세법 이렇게 4개 과목이라 공부 범위가 훨씬 넓다. 뭐 방법이랄 것도 없다. 그저 엉덩이 붙이고 앉아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스터디카페는 공부하기 최적의 장소다. 집에 훨씬 더 큰 책상과 사무공간이 있지만 집에선 집중이 잘 안 된다. 스터디카페에 오면 딴짓 않고 공부만 하게 된다. 시간이 가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 독서대, 방석, 담요, 충전기, 사무용품, 음료 등이 모두 갖춰져 있어 몸만 가면 된다.
사물함에 책과 모든 짐을 보관해 두어 정말 몸만 간다. 집에서 3분 거리에 있어 눈뜨면 그냥 잠옷 입고 간다. 밥 먹으러 집에 다녀오고, 좀 쉬고 싶을 땐 화장실 갈 겸 집에 다녀오기도 한다.
가격도 굉장히 싼 편이다. 2시간에 3천원이고, 하루 종일 공부해도 1만원이다. 나는 100시간 이용권을 구입해서 쓰고 있다. 평일에는 퇴근 후에 가다 보니 하루 이용 시간은 짧아서, 기간권보다는 시간권이 좋을 듯했다. 참고로 이 이용권도 당근마켓에서 7만원 주고 샀다. 짱짱.
공부가 재미있다. 학창 시절에 이렇게 할 걸. 그때는 지금만큼의 목적의식이 없어서 공부를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재미있다곤 하지만 빨리 시험이 끝났으면 좋겠다. 수험생활, 오래는 못할 짓이다. 멘탈 관리가 필요하다. 놀고 싶고,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나중에’로 미뤄두어야 하는 일상. 2년째 했으니 올해 부디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좀 편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