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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Dec 03. 2015

국내 1세대 블랙박스 '큐알온텍' 김종옥 대표

블랙박스, 자동차 좁다 CCTV 넘본다

블랙박스의 활용 범위가 커지고 있다. 이 기기의 본령은 사고가 났을 때 저장된 영상기록을 증거물로 제출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녹화된 영상을 보며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는 플레이어 역할까지 쓰임새가 넓어졌다. 지난해에는 한 아이돌 그룹 멤버의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혀 열애 사실이 공개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블랙박스 시장이 처음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2009년 시장에 뛰어든 ㈜큐알온텍 김종옥 대표는 블랙박스의 잠재력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고 말한다.


“블랙박스는 더 이상 자동차 안에만 머물지 않을 겁니다. 우수한 화질과 간편한 설치를 무기로 가정과 사무실로도 스며들어 CCTV 영역으로 잠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CCTV 보다 화각이 넓어 몇 대만 설치해도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산업조사 전문기관인 IRS글로벌에 따르면 2014년(추정) 국내에 보급된 차량용 블랙박스 수는 약 680만대로, 시장규모는 연 5200억원 수준이다. 국내 보급된 자동차가 2000만대를 넘어섰으니 자동차 3대 중 1대는 블랙박스를 장착한 셈이다.


큐알온텍 김종옥 대표이사   ©중기이코노미


블랙박스 보급률 韓 680만 中 240만 日 100만대


한국의 블랙박스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국가별 블랙박스 보급률은 일본 100만대, 중국 240만대, 러시아 200만대 수준으로 한국에 한참 못 미친다. 신제품이 나오면 빨리 써봐야 하는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마인드가 블랙박스 보급률도 단숨에 끌어올렸다. 2008년 블랙박스 장착 차량은 4만7000대에 불과했으나 2014년에는 680만대까지 늘어났다.


큐알온텍은 국내 블랙박스의 터를 닦은 1세대다. 2007년부터 자체 기술연구소를 만들어 R&D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현재 큐알온텍 사원 30명 중 9명이 R&D 인력이며, 매출 40억원 중 10억원 이상을 R&D에 쓴다. 블랙박스에 GPS를 내장시키고, 렌즈에 카메라 필터를 달아 난반사를 줄이고, 블랙박스 주요 동작 정보를 기기에 표시하는 기능은 모두 큐알온텍이 처음 시작했다.


“초기 블랙박스 시장을 이끈 것은 영상화질 경쟁이었습니다. 30만 화소 VGA급 블랙박스로 시작해 2012년 HD, 2013년 FULL HD, 최근에는 UHD(Ultra High Definition TV)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블랙박스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건 소비자들의 요구가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소비자들, 쉽게 만족을 못합니다”


좀처럼 만족할 줄 모르는 한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현재 IT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블랙박스 카메라에 UHD 화질까지 필요한가라는 물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차량용 블랙박스 화질이 UHD는 돼야 자동차 번호판 숫자를 제대로 식별할 수 있습니다. 일반 사진이라면 FULL HD로도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속도입니다. 시속 100㎞로 달리는 차에서 블랙박스로 촬영을 하면 초점이 잘 맞지 않기 때문에 고화질이 필수적입니다”


서울 염창동 큐알온텍 본사 내 기술연구소   ©중기이코노미


스티어링 각도·브레이크 등 車 모든 정보 블랙박스 저장      


화질 경쟁에도 동참하는 한편, 차량 내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진짜’ 블랙박스, 이른바 DDR(Drive Data Recorder) 만들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블랙박스 중 상당수는 영상기록장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최근 우리가 출시한 제품은 안전벨트 착용 유무, 방향등, 브레이크, 스티어링 각도, 가속페달 입력 강도, RPM, 현재 속도, 주행거리 등 자동차 운행에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0만건에 이르는 주행 정보를 액셀파일 형태로 저장해 사고 분쟁이 발생하면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죠. 급발진 여부도 확인할 수 있고요”


이제 큐알온텍은 해외시장을 조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다다른데다, 내수 시장에만 200여 개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반면 해외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현재 매출의 3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서울 염창동 큐알온텍 본사에서 테스트 중인 블랙박스의 모습   ©중기이코노미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 진입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중국산 블랙박스 가격은 우리나라 제품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1+1로 팔기도 하고요. 고급 소비자층이 있긴 하지만 아직 완전히 파악이 안 된 상태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애써 기술을 만들어 놓으면 중국에서 가져가 버리는 문제도 있고요”


기술 베끼기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큐알온텍에서 특허 출원을 한 기술을 경쟁업체 세 곳에서 그대로 쓰고 있다.


“따라 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걸 알지만 암묵적으로 넘어가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기능들은 우리 혼자 하기 보단 같이 해야 소비자들에게 홍보가 되기도 하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특허 소송을 함부로 하기 어렵습니다. 길면 10년까지 걸리는데 변호사를 고용해서 소송을 길게 끌고 갈 여력이 없죠”


방향등과 브레이크, 핸들회전각 등 차량에 관한 모든 정보를 블랙박스 LCD화면으로 볼 수 있는 큐알온텍의 블랙박스 ‘루카스 LK-9300 DUO’ <사진=큐알온텍>


“中企 기술로 대기업이 이익 보는 건 잘못”


내년부터는 대기업도 블랙박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내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는 블랙박스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돼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 적합업종 재합의 신청 기간에 대기업은 블랙박스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고, 중소 블랙박스 업체들은 재신청을 하지 않아 적합업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기업 진출로 내수시장에서 살아남기가 더욱 힘들어지지 않겠냐는 물음에 김 대표는 “글쎄요”라며 말끝을 흐리며 대기업 진출을 제지하지 않는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사업을 하며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두 가집니다. 첫째가 자동차 제조사에서 차를 출고할 때부터 이른바 ‘순정’으로 블랙박스를 탑재하고 나오는 겁니다. 두 번째가 대기업 진출인데, 몇 년 전 내비게이션 시장도 그랬듯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기술개발을 해 놓으면 대기업이 가져가 이익을 봅니다. 이런 건 정부가 잘못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기이코노미에 2014년 11월 1일 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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