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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Dec 03. 2015

멀고 험한 부실채권 회수 “사전예방 중요”

“사업기회 잃을까 주저주저” 채권관리 중요성 간과

#1. A사는 부실채권이 발생해 채권회수 작업을 하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채권회수를 하려고 계약서를 보니 계약 상대방인 B씨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8자리인 것이다. B씨는 이미 연락두절 상태이고 주민등록번호로 신원 조회가 되지 않아 어떤 법률적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2. C사는 폐업을 앞둔 D법인의 채권을 회수하려 나섰으나 이미 남아있는 자산이 없어 받을 수 있는 돈이 없었다. D사의 대표이사를 수소문해 보니 고급 외제차에 아파트까지 소유하고 있었지만 한 푼도 받아낼 수 없었다. 폐업 시 법인의 자산으로만 채무 배당을 할 뿐 대표이사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A사와 C사는 채권관리를 소홀히 해 피해를 본 사례다. 금액이 크다면 부도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간 국내 부도기업의 30% 이상이 거래처 부실로 인한 연쇄부도를 겪었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중소기업들은 채권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가 돈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채권관리의 경우 회수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영법무 종합컨설팅 그룹 ㈜KECP 이병철 대표는 지난 17일 벤처기업협회가 주최하는 기업 채권관리 교육에서 “채권관리란 회수해야 할 돈을 받아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부실채권이 발생하지 않게 사전관리와 중간점검을 철저히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말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의 기업채권관리 교육은 당초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2배가 넘는 인원이 참석하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중기이코노미


이 대표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채권관리의 중요성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거래처 신용 상황에 따른 채권관리 기준이 없다”면서 “만약 채권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더라도 좋은 사업 기회를 잃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관리 기준을 설정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또 “기존 거래처는 신용상황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들려도 그냥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행이라서 돈을 안 줘도 일단 물건은 보낸다는 얘기다. 그런 걸로 태클을 걸기 시작하면 물건을 구입할 거래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돈을 받기  어려워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업자 간 거래라면 사업자등록증, 법인 등기부등본, 사업자 명의 통장, 사업권, 사업장, 부동산, 연대보증인 등을 확인하고 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 개인 간 또는 사업자와 개인 간 거래라면 주민등록증, 주민등록등본, 실명 통장 등이 필요하다. 앞선 A사의 사례처럼 가장 기본적인 주민등록번호조차 확인하지 않아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 상대방이 법인인 경우에는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개인사업자보다 법인이 더 규모가 크고 탄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채권 회수 시에는 법인의 책임 범위가 가장 적기 때문이다. 앞서 C사가 바로 그 경우다. C사의 거래처인 D사가 파산했을 경우 대표이사가 사유재산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더라도 회수할 수 없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이 대표는 “개인사업자는 규모가 작을지라도 사람이 남아있는 한 끝까지 그 사람에게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사전에 채권 보전만 잘 해놓는다면 비교적 안전한 거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법인은 대표이사, 등기이사 등 회사 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에 거래를 할 때 법인의 실체를 잘 알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약 주체에 따른 법률적 책임의 한계. ⓒ중기이코노미


◇채권관리, 사전에 대비하려면=신규 거래처와 계약을 맺거나 기존 거래처의 신용상황을 살피기 위해서는 기업 신용정보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의 신용정보에 변동이 생길 때마다 실시간으로 알려줘 위기상황에 대비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기업 신용정보회사 중에서는 ‘한국기업데이터’(www.kedkorea.com)가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기업데이터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국책기관과 민간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출자해서 설립한 기업신용조사·평가 전문기관이다. 지난 17일 기업 채권관리 교육에 참석한 한국기업데이터 안영재 차장에 따르면 이 회사는 22만개의 기업 재무제표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기업데이터와 벤처기업협회가 만든 ‘크레탑-벤처(Cretop-Ventrue)’ 서비스에 가입하면 거래처 최대 50곳의 신용정보 변동 상황이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으로 안내된다. 대표자명·사업장 변경 등 사소한 정보부터 채무 불이행, 소송, 법인카드 단기연체 발생 등 중요 정보까지 모두 알 수 있다. 안 차장은 “일반 기업들이 보려 해도 볼 수 없었던 정보다. 단기연체 정보가 채권관리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신용상태는 ‘관찰 1’, ‘관찰 2’, ‘관찰 3’으로 나뉜다. 숫자가 커질수록 부도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기업데이터의 자료에 따르면 ‘관찰 3’이 떴을 시 3개월 이내 부도 확률이 66%, 6개월 이내 부도 확률이 80.36%, 1년 이내 부도 확률이 92.73%다. ‘관찰 3’ 경보가 울렸을 때는 되도록 빨리 채권회수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는 얘기다. 한국기업데이터의 크레탑-벤처 서비스 이용료는 1년에 46만2000원이다.



중기이코노미에 2014년 11월 19일 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http://www.junggi.co.kr/article/articleView.html?no=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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