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유랑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원 Sep 16. 2015

한국 카페엔 있지만 핀란드엔 없는 3가지

아이스커피, 아메리카노, 프랜차이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7월의 여름날이었다. 헬싱키 공항에 내리자 익숙한 초록색 간판이 나를 반겼다. 스타벅스였다. 아이스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여름이니 여행을 하는 동안 수많은 아이스커피를 마시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핀란드에서 마신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스커피였다.


하나, 아이스커피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사랑한다는 핀란드 사람들은 아이스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7월에 여행을 하며 수많은 커피숍을 들락거렸지만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메뉴에 아이스커피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커피를 마시는 문화도 한국과는 달랐다. 한국은 여름에 야외를 돌아다니며 아이스커피로 더위를 달랜다면 핀란드 사람들은 카페에 자리를 잡고 마시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스타벅스는 2012년에 핀란드에 진출했다. 핀란드에서는 이같은 프랜차이즈커피숍이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헬싱키공항 스타벅스에서 주문한 아이스커피. ©이혜원


둘, 아메리카노

핀란드 커피숍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게 또 하나 있었으니 아메리카노다. 아메리카노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아낸 커피 추출액에 물을 첨가한 커피다. 한국인들이 커피숍에서 가장 많이 찾는 메뉴이기도 하다. 반면 핀란드에서는 핸드드립 커피를 즐겨 마신다. 핸드드립은 분쇄된 커피 가루를 필터 위에 올려놓은 뒤 물을 부어서 만든 커피다. 커피메이커로 뽑은 커피도 여기에 속한다. 핸드드립 도구를 이용해 직접 물을 부어서 만들기도 한다.


핀란드는 어느 커피숍에 가든 핸드드립 커피를 볼 수 있다. 


주전자 모양의 투명한 용기에 새까만 커피가 담겨있다. 주전자 모양의 이 용기는 서버(Server)라고 부른다. 서버 밑에는 커피의 온기를 유지시켜주는 커피히터가 놓여있다. 전기레인지와 비슷하게 생겼다. 덕분에 몇 시간 전에 뽑은 커피도 따뜻하게 마실 수 있다. 저렴한 가게에서는 핸드드립 커피를 1유로(약 1200원)에 판다. 더 좋은 건 리필이 가능하다는 점. 일단 무한리필이기는 하지만 정말 ‘무한히’ 마셨다가는 가게 주인의 눈총을 받을지도 모른다.


핀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핸드드립 서버다. 저렴한 곳에서는 1유로면 마실 수 있는데, 리필도 된다. 핀란드에서는 아메리카노보다 핸드드립 커피가 일반적이다.   © 이혜원


셋, 프랜차이즈

헬싱키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겼던 스타벅스도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스타벅스 본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핀란드에 진출한 시기는 2012년 5월로 매장 수는 3개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1999년에 진출해 750개까지 스타벅스 매장을 확대했다.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커피 브랜드는 크게 힘을 쓰지 못 한다. 


헬싱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으로는 핀란드 브랜드 ‘커피하우스’와 스웨덴 브랜드 ‘로버트커피’가 있다. KOTRA 헬싱키무역관에 따르면 헬싱키에는 2012년 기준 약 300개의 커피숍이 있는데 이중 프랜차이즈는 30개 뿐이다. 


핸드드립 커피와 잘 어울리는 빵 크루아상. 커피와 시나몬롤의 궁합도 좋다. 어떤 커피숍에서는 커피와 함께 초콜릿(사진 속 파란색 포장)이나 캐러멜 등을 주기도 한다.   ©이혜원

세계에서 가장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법적으로 커피 휴식 보장

핀란드는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커피 애호국’이다.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2000~2010년 기준 핀란드 국민 1인당 연평균 커피 소비량은 11.8㎏로 세계 1위다. 하루 단위로 바꿔 보면 1일에 4~5잔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핀란드 사람들처럼 커피를 마시다간 위장이 남아나질 않겠다.

핀란드 뿐 아니라 북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커피 소비량이 높게 나타난다. 1인당 커피 소비량 2위는 노르웨이(1인당 연간 9.2㎏)이고 3위는 덴마크(8.7㎏), 4위는 스웨덴(8.1㎏), 5위는 스위스(7.5㎏)다. 


핀란드 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물론 추운 기후 등도 영향을 미쳤겠으나 제도의 영향도 있다. KOTRA 헬싱키무역관에 따르면 핀란드에서는 법적으로 커피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근로계약에도 커피 휴식시간이 명시돼 있는 경우가 많다. 통상적으로는 4시간 이상 근무 시 1회, 6시간 이상 근무 시 2회의 커피 휴식시간을 준다. 스웨덴에도 이와 유사한 ‘피카(FIKA)’라는 커피 휴식 문화가 있다.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는 한국 매장에서도 하루 30분씩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피카’ 시간을 갖고 있다.


헬싱키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식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커피. 각설탕과 우유, 캐러멜도 함께 나왔다.   ©이혜원
햄버거와 감자튀김도 커피와 함께. ⓒ 이혜원


매거진의 이전글 자전거천국 덴마크에선 국회의원도 자출族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