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대학시절 자료를 찾기 위해 오랜만에 다음에 접속했다. 자료를 검색하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발견했다. PC용 메신저도, 휴대전화도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읽어 내려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한메일을 들락거리며 누군가의 이메일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다음 한메일은 학창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편함 같은 존재다.
다음카카오가 회사 이름에서 다음을 빼겠다고 한다. 다음과 메일 서비스는 계속하지만 쉬이 볼 일은 아닌 듯 싶다. 다음카카오도 밝혔듯 사명 변경은 모바일에서 경쟁력을 갖춘 카카오를 주력사업으로 내세우겠다는 의지다. 합병법인은 카카오 위주로 재편 중이다. 카카오는 내리 신사업 출시를 알리는 반면 다음과 관련해서는 사업 종료 소식만 들려온다. 이달 말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추천한 35세의 청년사업가가 다음카카오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카카오가 다음을 집어삼키는 모양새다. 다음과 카카오를 사람 나이로 계산해 보자면 1995년생인 다음은 만 20세, 2010년생인 카카오는 만 5세이다. 젊은 카카오는 시대 흐름을 빠르게 읽었다. 모바일 시대를 예견하고 무료 메신저 앱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메신저만으로 무슨 돈을 벌겠나 싶더니 지금은 게임, TV, 음원 서비스, 소셜네트워크, 쇼핑, 콜택시 등 안 하는 게 없다.
다음의 존재감 상실은 PC 시대의 종언으로 읽힌다. 이제 사람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가로로 긴 화면을 보는 대신 길에서, 지하철에서, 침대 위에서 5인치 남짓한 세로 화면에 시선을 꽂는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거실에 있는 컴퓨터를 서로 하겠다며 오빠와 싸웠건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누구나 자신만의 단말기를 갖게 됐고, 그에 맞게 서비스도 개인화되고 있다. 모바일 시대가 앞으로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꿔놓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10년 전의 내가 오늘의 나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중기이코노미에 2015년 9월 4일 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