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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Mar 16. 2016

로봇기자에 대처하는 ‘인간기자’의 자세

알파고 대전이 준 교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전에 유례없는 관심이 쏠리는 것을 보며 의아했다. 한국에 바둑애호 인구가 이렇게 많았던가? 틀렸다. 이번 대전에서 바둑이라는 종목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번 대전을 인간과 로봇의 싸움으로 봤다. 이 9단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우리네 인간이 아직 기계에 뒤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이 9단의 패배는 인류의 패배요, 이 9단의 승리는 인간의 승리라는 것이다.


비교적 심드렁하게 알파고와의 대전을 바라보다 내 일에 상황을 대입해보니 비로소 심각해졌다. 가정은 간단했다. 나와 로봇기자가 기사쓰기 시합을 하면 누가 더 잘 쓸까라는 물음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 로봇과 동시에 취재를 한다면 정보수집양이나 정보처리 속도 면에서 내가 한참 뒤질 것이다.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로봇기자는 이미 나와 있다.


지난 15일 인공지능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중소기업 기술설명회에 취재를 갔다. 그 회사에선 이미 10년 전에 ‘로봇기자’를 발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기업 공시를 바탕으로 기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공시는 일정한 틀이 있어 오류 없이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또 미국 AP통신에선 이미 로봇들이 기업의 분기 실적 기사를 쓰고 있다고 한다. 기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심층적인 취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로봇을 도입했다는 것이 AP통신의 설명이다.


돌이켜 보면 기자 업무 중에는 반복적인 일이 많다. 몇몇 기사들은 적당히 보도자료를 갈무리해 쓰는 경우도 있음을 고백한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라면 로봇이 그런 기사들을 대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결국은 로봇이 쓰지 못할 인간적인 기사를 써내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당연해 보이는 것도 한 번 더 고민하고, 얕게 많이 쓰는 대신 적게 깊은 기사를 써야 할 터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전을 보며 인간기자가 다짐한 일이다.


중기이코노미에 2016년 3월 16일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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