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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Feb 09. 2017

기자들의 취재방식은 대개 이런 식이다

1. 기획 일을 겸하면서 나는 아주 사려 깊은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세상 모든 것의 준비 과정에 경이를 표하게 된 것이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을지라도 의도가 좋은 게 보이면 끄덕끄덕,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콘텐츠 기획만의 얘기가 아니다. 가깝게는 요가학원 수업 커리큘럼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다. 수업 시간표를 짜며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까, 선생님들 스케줄 맞추기도 어려울 텐데, 선생님마다 잘하는 수업도 다를 테고, 연초에 유입되는 신입회원과 몇 년간 수련해온 기존 회원들 간의 수준을 맞추는 것도 참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쉬워 보이는 일은 있어도 정말 쉬운 일은 없다는 걸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중이다.



작년 언젠가의 취재.


2. 기자들은 일단 까고 본다. 표면에 드러나 있는 것들에 데이터라는 마법을 곁들여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기사 말미에는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들 얘기를 큰따옴표(") 안에 넣어서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 코멘트라는 건 실상 시덥잖은 얘기다. 길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말인데(방송 리포트의 코멘트일수록 더더욱) 기자들은 그 형식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일한 티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본인들도 그게 무의미한 얘기라는 것 정도는 안다. 적당히 지어내고 한 관계자에 따르면~이라는 무책임한 말 뒤에 숨는 비양심들도 있다. 그래도 하는 건 데스크에서 요구하기 때문이라 본다. 대충 내 생각만 써서 올리면 "여기가 니 일기장이냐" 한다. 그러니 코멘트 잘 던져주는 교수나 연구원, 취재원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전화를 걸어 형식적인 멘트를 딴다.


3. 미리 짜 놓는 이 스토리, 내부 용어로 '야마'라고 한다. 취재 과정에서 반론이 나와 기사 방향이 바뀌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야마를 잡아놓고 완전히 다른 얘기를 쓴다면 그건 참으로 좋은 기자다. 데스크에 보고한 내용을 번복하는 건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적당히 내가 와꾸를 짜 놓은 것에 맞는 얘기를 해줄 만한 사람들을 찾아서 스토리를 만드는 게 편하다. 기자는 중립적이어야 하며, 자신의 일에 사회적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외부에서 기자들을 볼 땐 그렇다. 그러나 개개인을 보면 한 명의 인간이고 직장인일 따름이다. 퇴근하고 데이트하고 싶고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 평범한 인간. 이 평범한 인간들이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부끄럽지 않을만한 얘기를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종종 있다. 기레기라 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4. 살짝 비껴나 있으면서 내가 몸담았던 기자사회와 업종, 직종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서클 안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도 보인다. 기자들은 모든 것을 아는 듯 보이지만 정작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들은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것을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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