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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Apr 26. 2016

알루미늄 품고 가벼워진 車, 철강 ‘경계 태세’

자동차 적용률 높아질 전망…알루미늄괴 국내 생산 멈춰 전량 수입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자동차 회사들이 알루미늄을 품고 있다. 차를 가볍게 만들어 연비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2014년 12월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는 차체 전체에 알루미늄을 적용한 ‘F-150’ 픽업트럭(사륜에 뚜껑이 없는 소형 트럭)을 출시했다. F-150은 미국에서 30년 이상 최다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모델로, 알루미늄을 적용하면서 기존 모델보다 340kg 가벼워졌다. 자동차 소재 전쟁을 본격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알루미늄 소재 적용에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조금씩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승용차인 ‘아이오닉’ 2016년 모델의 후드와 트렁크에 알루미늄을 채택했다. 해당 부분의 무게는 철강 대비 40% 감축됐다. 아이오닉의 평균 연비는 리터당 20.2~22.4㎞로 자동차 연비 1등급 기준인 16㎞를 한참 웃돈다.


알루미늄은 철강의 대체재로 가장 주목받는 경량소재다. 유진투자증권의 현대차 경량화 전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용 철강을 알루미늄으로 대체할 경우 평균 40%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또 알루미늄은 철강보다 녹는점이 낮아 주조하기 쉽고, 사용한 뒤에는 녹여서 재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엔진 부품, 타이어 휠부터 스마트폰 겉면을 알루미늄으로 채용한 사례도 늘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G5도 알루미늄 합금을 썼다.


차량의 경우 알루미늄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더커 월드와이드(Duker Worldwide)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자동차 후드의 알루미늄 적용비율은 평균 48%였는데, 2025년에는 8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펜더, 도어, 트렁크, 루프, 차체의 알루미늄 적용률도 현재는 4~7%에 불과하나, 10년 뒤에는 18~46%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알루미늄 국내 생산 ‘0’ 중국산 의존=알루미늄 소재산업은 광산 채굴, 광석으로부터 금속을 추출하는 제련, 주조, 가공, 후처리 등을 포함한다. 대분류는 경량 금속소재 산업이다. 여기에는 마그네슘, 타이타늄도 포함돼 있으나 알루미늄 비중이 80%로 압도적이다.


중소기업청이 발행한 중소기업 전략기술로드맵 2016년판에 따르면, 세계 알루미늄 시장규모는 2013년 기준 343억달러(약 40조원)에 이른다. 보고서는 알루미늄 소재산업이 연평균 9.2%씩 성장, 2018년에는 53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규모는 2조원 가량 된다. 국내 시장은 세계시장 성장률을 앞질러 연평균 12.1%씩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알루미늄 제련 분야만 보자면 국내 상황이 밝지는 않다. 국내에는 제련업체가 없는 탓이다. 마지막 남은 알루미늄 제련업체였던 대한알루미늄이 1991년 생산을 중단한 이후, 알루미늄괴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해외 알루미늄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료=이베스트증권>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의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나온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원자재 담당 황병진 애널리스트가 지난해 12월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만해도 중국산 알루미늄 공급량은 세계시장의 10%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55%까지 세를 키웠다.


알루미늄을 판이나 박으로 만드는 압연 시장에는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 중견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알루미늄판 분야에는 노벨리스코리아·조일알미늄·대호에리엘이, 주방용 포일 등을 만드는 알루미늄박에는 대한은박지·동일알미늄·삼아알미늄·롯데알미늄 등이 있다.


알루미늄 등 경량 금속소재 관련 기술은 자립도가 높은 편이다. 중소기업 전략기술로드맵에 따르면 국내 경량 금속소재 관련 특허 출원인의 75%는 한국인이다. 일본이 15%, 미국이 3%, 중국이 2%를 점유하고 있다. 로드맵은 “경량 금속의 기능성 표면 코팅 처리 기술, 경량 금속소재의 용접 및 접합 기술, 재활용성 향상을 위한 용탕 처리 기술, 성형성이 우수한 제조기술 등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철강회사 “알루미늄 경량화 효과 미미” 경계=국내 최대 철강회사인 포스코는 알루미늄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알루미늄 압연 자회사인 뉴알텍을 매각하면서 시장에서 손을 떼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해 12월 “세계 최초로 고내식(부식에 강한) 알루미늄 도금강판을 개발해 4년간 미국 기업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초에는 포스코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알루미늄 광산 개발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알루미늄이 철강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게 이 회사의 입장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지난해 3월 알루미늄과 철강의 차량 소재 전쟁을 집중적으로 다룬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알루미늄의 우세를 점치는 시각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경량화의 주목적은 연비 향상인데 알루미늄 적용에 따른 경량화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이유다. 보고서는 자동차 엔지니어링 회사 리카르도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연비를 높이는 것은 엔진과 구동체계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차체 경량화를 통한 연비 향상은 미미하다”고 했다.


철보다 비싼 알루미늄 가격도 걸림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알루미늄 소재의 가격은 같은 무게의 철강보다 4배가량 비싸다. 차체용 알루미늄 생산설비는 추가적인 열처리 공정이 필요해, 품질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다른 제품으로 판매할 수도 없다. 아우디 A8, 재규어 XJR 등 럭셔리카에서만 알루미늄 차체를 볼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픽업트럭인 F-150이 알루미늄 차체를 채택한 것은 다소 이례적인 경우다. 보고서는 “F-150은 미국 베스트셀링 차로, 알루미늄 채택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 전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최근 발표된 딜러 판매가에 따르면 F-150은 이전 모델보다 평균 2000달러 이상 비싸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미 자동차용 알루미늄 출하량이 2014년 22만톤에서 2018년 90만톤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뒤 완만한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새로운 종류의 철강을 활용해 판재 두께가 감소하면서 철강재로도 경량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일부 부품은 다시 철강재로 돌아올 것”이라며 “차체용 판매 수요 중 철강재의 주도적인 위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에 2016년 4월 25일 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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