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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Jun 23. 2016

창조경제센터, 정경유착의 기시감

창업보육기관 차고 넘치는데…대기업 앞세우고 성과는 ‘아리송’

“정권 바뀌면 제일 먼저 사라질 거라고들 합니다” 지방의 한 기업지원 기관장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두고 한 말이다. 현장에선 이런 말들이 오간다는 것이다. 이 인사에 따르면 정부는 창조경제를 외치면서도 정작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예산을 주진 않고, 대기업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창조경제’의 정체만큼이나 불분명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정체성 때문에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누구도 정확히는 알지 못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정체부터 살펴보자.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주도로 선정된 특화 전략산업 분야 기업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곳”이다. 경북은 스마트공장, 충북은 바이오·뷰티, 강원은 빅데이터, 제주는 스마트관광 플랫폼을 핵심사업으로 정했다.


정부는 지역별로 대기업도 한군데씩 정했다. 경북은 삼성, 충북은 LG, 강원은 네이버, 제주는 카카오다. 센터 운영 주체는 정부지만 홍보는 해당 대기업에서 맡는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대학생 창업경진대회 개최 소식을 삼성전자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하는 식이다. 정부 입장에선 대기업 홍보채널을 활용해 사업을 알릴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다.


문제는 이 센터의 역할이 불분명하다는데 있다. 창업을 권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창업 지원기관과 사업은 차고 넘친다.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부터 미래부 산하기관인 K-ICT본투글로벌센터, 산업부가 주도하는 테크노파크, 지자체의 중소기업지원센터까지. 예비 창업자가 조금만 발품을 팔면 지원 받을 곳은 널렸다. 그런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도 창업을 돕겠단다. 조그만 땅덩이에서 이렇게까지 창업 지원기관이 필요한가 싶다. 그것도 정부 주도로 말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센터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창업 성공사례가 있기는 하다. 센터에서 지원한 내용을 찾아보면 멘토링과 온라인마케팅 지원 정도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아닌 기관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런 기업들의 광고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라고 소개하는 것도 낯간지러운 일이다. 기업이 잘해서이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는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언론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소식들이 주기적으로 나온다. 개소 1주년을 맞아 장관이 센터를 둘러보며 창업기업들을 격려하고 주관 대기업에서도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들이다. 평소 공식석상에서도 정장을 입지 않는 카카오 임지훈 대표도 이날만은 차려입었다.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 임 대표는 옅은 미소를 띠고 미래부 장관, 제주도지사와 함께 창업기업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묘한 기시감이다. 재벌기업 CEO들이 하던 일을 30대 벤처기업인이 하고 있다. 너무 익숙한 정경유착의 단면을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도 목격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에 2016년 6월 12일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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