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구독 안해도 되는데…
간밤에 집에서 쓴 보고서를 클라우드에 저장했는데 아침 회의 직전에 열어보니 없었다. 비명을 지르며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 엄마빠가 계시긴 했지만 파일을 못 찾을 것 같았다.
혹시 오늘 사무실 안 나가면 우리집에 가서 내 노트북에 있는 보고서 좀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오빠는 오전에 바빠 오후에나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어쩔 수 없지 뭐, 하면서 툴툴거리고 있는데 "서른살인데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했다. 분명 그건, 간밤에 브런치에 쓴 글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쓴지 몇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걸 읽었어? 아니, 읽을 수야 있는데 굳이 티를 내서 불편하게 만들 건 뭐람? 훔쳐보라고 쓰는 일기이긴한데 가족이 보는 건 뭔가 꽁냥꽁냥하다. 여기에 오빠 흉을 볼 수가 없잖아. 엄마빠 얘기도 맘대로 못 쓰고. 보고 있어, 오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오빠 폰에서 브런치 앱을 지워버려야겠다. 아님 구독하는 사람 목록에서 몰래 내 이름을 빼 버리던가.
이 글 쓰고 10분만에 오빠한테 문자가 왔다. 공개 디스했다고 복수하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