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평소보다 늦은 7시에 퇴근을 했는데도 날이 후끈후끈하다. 낮에 달아오른 땅이 아직 안 식었나보다.
엄마와 두 딸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세 여자 모두 콘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엄마는 반팔에 반바지, 편한 슬리퍼 차림이다. 꾸민 흔적이라곤 하나도 없다. 화장기 없는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미인형이다. 후줄근한 차림 탓에 한눈에 예쁘단 느낌이 드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자세히보면 젊을 때는 꽤 예뻤겠구나, 지금도 꾸미면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얼굴이다.
두 딸은 각자 딴짓을 하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둘다 분홍색 크록스슈즈를 신었다. 언니는 7살, 동생은 5살쯤 됐을까. 엄마는 이 두 딸을 키워내느라 얼마나 많은 밤을 뜬눈으로 보내야 했을까. 얼마나 많이 하고싶은 일을 포기해야 했을까.
무심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세 여자를 보며 혼자 감상에 젖었다. 길을 걷다 멈춰 서 한참을 바라봤다. 세 사람이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입구로 사라질 때까지. 나도 엄마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