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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고래 Mar 09. 2022

삶의 중간 즈음에서 (1)

작년 돌연 갑작스러운 암 진단으로 병상에 누워 계셔야 했던 엄마.

엄만 체질이 허약해 많은 것을 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큰 수술 없이 평생을 살아왔다. 그러던 엄마가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앞에 온 가족이 무방비 상태로 소환되어 천천히 흘러가는 병상의 시간들을 그저 기다리고 받아들여야만 했다. 


거의 20년 만에... 나는 엄마와 가까운 거리에서, 엄마의 병상을 지키는 간병인으로서,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사실 고등학생 이후로 내 삶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고 그 속에서 엄마와의 교차점은 거의 가지지 못했다. 엄마는 엄마의 자리에서, 나는 내 삶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감당해낸다는 것, 그것에 대한 작은 믿음만을 서로 교감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지나간 시간을 따져보니, 엄마와 함께 살아온 시간과 엄마에게서 멀리 떠나 살아온 시간이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떠나온 시간이 더 길어진 지금의 나이가 돼 버린 것이다.


마흔을 넘기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던 직장도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던 나에게 엄마의 발병은 갑작스러웠다. 인생의 중년, 죽음에 대해 조금씩 더 생각해보게 되는 나이에 엄마를 간병하며 병원에서 보낸 시간 속에서 그 죽음의 냄새가 내 코밑을 더 짙게 자극했다.


나는 애써 엄마에게 긍정의 말을 하며 차오르는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을 억눌러야만 했다.

나의 노력은 길고 어설픈 인위적이었지만, 엄마의 위로는 짧고 단순했지만 방황하고 있는 딸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병상에서 죽음과 싸우고 있는 엄마에게 철없는 질문을 던졌다. 


"엄마, 나이 마흔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게 너무 한심하지 않아? 너무 늦은 나이지?"


엄마는 웃으며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냐, 지금이 딱 좋은 나이야."  

 "......"

 

엄마는 병상에서도 어쩜 그렇게 힘이 되어줄까.

치료가 아프고 두렵다고 말하면서도 딸을 보는 엄마의 얼굴은 어쩜 그렇게 평안할까......


위드 코로나 시대, 엄마에겐 또 하나, 위드 항암. 

그렇게 우리 모녀는 변화하는 시대로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엄마와 나의 인생 사이에 새로운 교차점이 생긴 것이다. 서로의 연약함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연대한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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