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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dgemaker Apr 04. 2020

퍼실리테이션을 하며 느낀 것들

이렇게 해보니 좋았어, 이렇게 해볼걸 그랬어

작년 말부터 아이디어 유닛들을 퍼실리테이션/리딩 하면서 느꼈던 몇 가지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글이라도 남기자..


(제가 경험한 내용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례들을 1인칭 시점으로 같이 적은 것이기 때문에 참고하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권한은 없으나 책임은 있는 자리

중간관리자는  프로젝트의 일정과 방식에 대해 대부분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중요 이슈와 방향에 따라 방향과 답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막중하다.


-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고난과 역경은 있어도 프로젝트는 정해진 일정과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하고 달리게 만들어야 하는 의무)

프로젝트의 중요도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의견과 훈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이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대신 져 주지 않는다. 


- 의사결정은 의사 결정권자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합의된 의사결정 기준에 의해서 정해져야 한다.

의사결정은 빅마우스나 높은 연차나 직급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합의될 수 있는 의사결정 기준과 논리에 따라 성공확률이 높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 감정적인 이슈와 현실적인 이슈를 구분해야 한다.

감정을 배제하고 현실적인 이슈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리스팅 해보는 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머리에서 꺼내 글로 적기 시작하면 상황을 객관화하기 좋다. 이슈를 리스팅 화하고 1. 내가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2. 상급자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 문제 3. 회사차원의 도움이 필요한 문제  4. 나의 능력으로 현실상 해결이 안 되는 문제를 구분한다. 대부분의 감정적 이슈들은 4번 항목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쿨하게 내가 할 수 있는 1,2,3번의 문제에 집중하는 게 좋다.


- 윗선의 의견에 휘둘리는 것보다 후회 없는 실패가 팀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보통 위에 계신 분들은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조망하기에는 너무 신경 쓰실 일이 많아서? "과정보다는 결과물, 진행상황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가지고 피드백을 주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팀이 나아가는 목표와 방향성이 명확하고 논리구조가 탄탄하다면 윗선의 피드백을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한 조급함에 기인한 것인지 팀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논리적인 조언인지"를 구분해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전자에 기인한 조언들을 필터링 없이 받아들이면 1. 그동안 진행해온 프로젝트 논리의 근간이 무너지고 2. 앞으로의 목표나 방향성도 갈길을 잃어버리기 쉽고  3. 일을 진행하면서도 마음속 찝찝함을 지워 버릴 수 없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무조건적인 성공이 아니라 후회 없는 결과물과 피드백이다. 사람은 경험에서 성장한다. 


- 뭔가 해야 될 것 같으면 내가 먼저 시작하면 된다.

집이 춥고 창문이 열려있으면 먼저 본 사람이 닫으면 된다. 위계질서와 절차 담당 역할을 따지다 보면 누가 창문을 닫아야 하냐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다 가족이 얼어 죽는다. 

 


- 리더가 잘한 건 팀원들 덕으로 돌리고, 팀원이 잘한 건 팀원 개개인의 역할을 디테일하게 칭찬해줘야 한다.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서도 내가 알고 있는걸 다른 사람이 할 수 있게 되고, 그럴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장단점을 디테일하게 알려주고 피드백받을 수 있어야 한다.


- 일정과 외부 이슈가 밀려와도 팀원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문제없도록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에서는 배의 선장도 무서움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누군가는 담담하게 키를 잡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 그날의 할 일, 회의의 목표를 항상 환기해줘야 한다.(내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전체 목표를 이루는데 어떤 부분을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팀원들이 생각하는 장기 목표가 다르면 배가 산으로 가지만, 단기 목표를 알지 못하면 배가 느리게 간다. 오늘 이 시간 내가 목표를 향해 가는데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이 일이 어떻게 기여가 되는지 환기시켜줘야 한다.


- 회사의 목표와 BM을 지금 하는 프로젝트의 목표와 연관 짖고 정당성을 만드는 일은 시간은 걸리더라도 일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대부분 리더들은 이 시간을 너무 가볍고 낯간지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회사의 목표와 BM을 보면 내가 하는 일이 될만한 일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도 멍석에 따라 빛을 발한다. 아무리 맛있는 치킨 레시피를 개발하더라도, 다이어트가 목적인 단식원에서는 의미 없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좋은 아이디를 도출하는 것과 그 아이디어가 먹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 억울한 일이 있어도 투정은 프로젝트를 일단 완료시킨 다음에.

회사는 목표지향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모든 일들은 결과론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보통 억울한 일이 생기는 경우 상대가 나의 노력을 몰라주거나, 내공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거나, 다른 사람의 잘못을 내가 대신 독박 쓰거나의 경우인데 사실 관리자들은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 과정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결과가 성공적이면 투정은 결과를 더욱 빛나게 해 주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때 투정은 변명으로 들릴 가능성이 크다. 


- 참신한 아이디어는 충분한 이해와 논리 위에 나온다.

조급한 관리자들은 아이디어가 절대적인 사람의 수와 시간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스프린트나 에자일 같은 거창한 프로세스를 이야기하다가 나중에는 진흙탕처럼 되어버리는 경우 대부분 이 단계를 기다리지 못하고 시각적으로 보이는 결과물에 대한 조급함에 기인한다. 이런 경우 팀 진행사항을 주기적으로 공유하거나, 칸반 보드 등으로 지금 무얼 하고 지금 작업들이 결과물이랑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공유해주어야 하는 것 같다.


- 아무리 바빠도 중간중간 산출물은 습관적으로 시각화하고 디지털화해야 한다.

사람의 기억은 쉽게 휘발되어 버리니까, 귀찮다고 남겨두면 박 터지게 고민해 놓고 나중에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다. 내 머리를 너무 믿지 말자. 시각화하고 디지털화하면서 생각이 다시 한번 정리되는 건 덤이다. 


- 같은 단어도 사람에 따라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서. 추상적인 단어보다는 구체적인 단어가, 말보다는 그림이, 그림보다는 수치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효과적이다.

내가 가능한 적은 인원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걸 선호하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때문이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팀원마다 생각하고 이해하는 게 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요한 요소들은 항상 시각화하거나 객관적인 수치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픽을 이용한 퍼시릴테이션과 관련해서는 아래 포스팅에 좀 더 자세히 나와있다.

The Difference Between a Graphic Recorder and Graphic Facilitator (and When to Use Them)

Four stages of graphic facilitation skills development


- 프로젝트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무엇을 얻고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명확해야 그에 따른 일정과 산출물의 수준을 생각할 수 있다. 일정은 한정되어 있는데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너무 거창하거나 추상적이라면 프로젝트의 성공은 도박에 가까워진다.(목표 없는 아이디어만 무수히 발산하다 그중에 하나가 먹히면 성공?) 타깃 문제정의 프로젝트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절대 프로젝트 시작을 함부로 하지 말자 석유통을 들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도움이 필요한 일들을 나눠야 한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나, 전문가가 하면 더욱 잘할 수 있는 일들은 욕심내지 말고 빠르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관련해서는 1960년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How to get rid of my monkey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그러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누구인지 팀원들이 어느 부분에 강점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능한 관리자나 리더는 어떤 일이 필요하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빠르게 파악하고 인력을 수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를 망치는 요소들 

(프로젝트를 서서히 그리고 괴롭게 망하게 하는 방법들..)


- 좋고 당연한 말들로만 이뤄진 피드백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사용자 경험을 신경 써야 한다!라는 말처럼 좋지만 당연한 말들은 아무런 영양가 없는 말이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알지만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구 분투하고 있는 것이지.. 


- 관리자는 방해물(감시자)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관리자들의 잘못된 습관 중 하나는 아이디어를 비평하려고만 하는 것이다. 같은 회사에 있는 우리 모두는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배에 타고 있는 것이고, 관리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고민하는 존재여야 한다. 마치 제삼자인 것 마냥 감시만 하면서 팀원들 에게는 수준 높은 열정을 요구한다면 결국엔 서로 남 탓만 하다 끝나버린다.


- 가이더가 너무 많은 경우

프로젝트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여러 명인 경우 그리고 그 가이드의 방향이 시간/장소/사람에 따라 너무 다른 경우.. 

관리자나 가이더는 자신의 발언이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고 어떤 기준으로 그런 의견을 제시했는지 설명을 꼭 해줘야 한다.(예를 들어 사원들이 아이데이션 하는 그룹에 부장 직급의 사람이 들어와서 같이 아이데이션을 한다고 이야기하면  부장님의 말씀이 단순 아이데이션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숨겨진 지시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오해하기 마련이다.)


- 관리자가 너무 조급한 경우

회사의 대부분의 일이 결과론 적으로 평가받긴 하지만 그 결과를 빨리 도출하기 위해 조급하게 굴면 될 일도 망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산출물이 구체적이지 않은 아이데이션 단계에서 원하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경우 기다리지 못하고 프로젝트의 주제와 목표를 너무 쉽게 바꿔버리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은 특별한 논리나 근거에 의한 결정이라기보다 의사결정권자의 단순 선호도에 따라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데이션은 요리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 조절을 못하는데, 요리가 익을 때까지 제대로 기다리지 못하고 무조건 센 불로 요리를 해버리기 때문에 음식을 태워버리거나 속은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Data Driven이 토스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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