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지 13년이 넘어가면서 더 이상 혼자 있는 삶이 외롭지 않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대안학교로 진학하면서 기숙사에 들어가기 시작할 때부터 출가 이후에는 본가에 있는 시간보다 다른 곳에서 지내온 세월이 훨씬 많다.
집에 들어오면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방구석이 너무 싫어서 처음에는 외로움을 사람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외로움의 원인을 내가 아니라 타인에게서 찾으려고 했다. 친구, 연인, 가족, 직장동료에 대한 이상적인 모습을 만들고 그들이 그런 사람이기를 바랐다. 외로움의 근원은 사람에 대한 기대에 기인한다. 상대에게 원하는 모습을 상대가 채워주지 않으면 실망하게 되고 외로워진다.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사람에 대한 포기부터 시작했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실망이 없으면 외로워지지 않는다. 생일날 문자 한 통 없는 사람에게 내가 슬프거나 외로울 때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실망하기보다 사람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다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대신 타인에 대해 쏟을 에너지를 나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향해 쏟기로 결심했다. 그러고 나서는 모든 일에 평안이 찾아왔다. 모든 일의 중심에는 나의 행복과 성취가 기준이 되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되었고 인생의 목적에 대해 생각할 일이 더욱 많아졌다. 타인에 대한 포기는 나에 대한 기대로 바뀐다.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내가 처리하면 된다.
세상의 중심이 내가 된 이후부터 해결하고 싶은 문제, 배우고 싶은 지식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이 많아서 혼자 그 많은 것들을 다 할 수 있냐고 물어보지만 혼자라서 가능한 거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는 시간에 내가 공부하고 배우고 성장하면 된다.
객관적으로 보면 다른 사람이 내 인생에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가 없다. 결국 인생은 미래의 나를 위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싸우는 과정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살면서 혼자 세상을 사는 법에 익숙해졌다. 확고한 나의 세계가 생기고 전문가로 불리는 영역이 많아지면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것들에 푹빠져 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가슴 한켠에 사람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남아있다.
참솜_Rosen의 노래 가사 같이 "맘 깊은 곳에 피어나 한 가득히 짙은 향으로 물들어가는 것처럼 소리 없이 들어와" 내 삶을 흔들 누군가가 어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직장동료, 친구, 연인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나 나의 삶을 흔들 수 있는 사람, 뮤즈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