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idgemaker Aug 25. 2020

썩은 사과 이야기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오늘은 썩은 사과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볼까 한다. (물론 이 글은 내가 지어낸 글이다.)


과일장수가 사과를 팔려고 하는데 어느 날 보니 아무리 재고 관리를 잘해도  상자에 썩은 사과가 10%씩 나왔다. 처음에는 과일장수가 썩은 사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진열대에 방치해 두었다.


하루는 사과의 썩은 부분이 진열대에 잘 보이는 방향에 있어서 손님들이 사과의 썩은 부분을 바라보고 이 과일가게의 나머지 과일들도 상태가 좋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가게의 매상이 떨어졌다. 또 어떤 날은 사과의 먹음직스러운 모습이 진열대에 잘 보이는 방향에 있어서 손님들이 이 가게의 과일들이 상태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가게의 매상이 다른 날 보다 좋았다.


가게 주인은 이걸 눈치채고 사과의 탐스러운 부분만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도록 사과의 방향을 의도적으로 바꿔놓았다. 이 사과가게의 매상이 오르자 근처에 있는 과일가게들의 매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쟁업체 과일가게 사장들은 이 과일가게의 매상을 떨어트리기 위해 썩은 사과가 진열된 사진만 편집해서 동네방네 소문내기 시작했다. 곧이어 이 동네 사람들은 과일가게의 상품이 좋다는 사람들과 형편없다는 사람들로 나뉘어 논쟁하기 시작했고. 이 논쟁은 과일가게의 마케팅 기간이나 경쟁 과일가게의 노이즈 마케팅 기간에 따라 심해졌다.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이 과일 가게의 사과들은 모두 썩은 사과인가?

이 과일 가게의 사과들은 모두 탐스러운 사과인가?

여기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는 애플 로고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애플 로고를 조롱하며  발송한 광고메일

참고 : MS, "애플 아이폰은 반쯤 먹다버린 썩은 사과"

같은 사과 로고도 누군가에겐 혁신의 상징, 누군가에겐 썩은 사과



나는 상대론을 신봉하는 사람이다. 세상에 불변하는 건 없고 어떤 일이나 상황은 시간, 환경, 맥락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 일반화할 수 없는 요소를 일반화하려고 하면 여기서부터 편이 갈리게 되고, 답이 없는 논쟁을 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은 옳고 그름을 일반화 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이야기와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개개인이 그러한 사실을 평가하기 위해서 올바른 정보를 얻기란 불가능하다고 본다.


위에 썩은 사과 이야기에 대입해보면 우리 개개인은 동네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보는 사건은 사과의 일부분 그리고 그 사과의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들은 언론이라고 볼 수 있다. 개개인이 아무리 열 내고 싸워봤자 과일가게에 있던 썩은 사과의 개수는 변하지 않고 항상 전체가 온전하지도 않고 모든 사과가 썩지도 않은 상태로 과일가게 놓여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이득을 얻는 사람들은 결국 사과장수 들일 것이다.





나는 보수와 논쟁하면 진보주의자라고 욕을 먹고 진보와 논쟁을 하면 보수주의자라고 욕먹는다. 정치에 너무 몰입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는 썩은 사과의 일면으로 전체 사과를 일반화해서 판단하려고 한다. 우리가 썩은 사과 이야기의 동네 사람들처럼 사과장수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썩은 사과의 정보가 유통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과일가게에서 썩은 사과를 피해서 좋은 사과만 골라 사면 그만이지 일반화할 수 없는 요소를 일반화해 가면서 논쟁하느라 에너지를 뺏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상대적이다. 세상을 절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무언가에 이용당하거나 아니면 이용하려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내가 종교/정책/사상/정치에 극단적으로 빠진 사람들을 멀리하는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 사는 남자의 부동산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