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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Jun 15. 2023

녹색엄마

_5. 그 유명한 녹색어머니 첫 체험기.   


'230614


30년 전 암사동, 학교가는 길 오전.

보도블럭 위에 깃발 들고 서있었던 우리 엄마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오늘 나는 그 유명한 녹색 엄마가 되었다.

생애 처음 하는 경험.

첫 경험은 무엇이든 소중할진대 오늘의 경험도 마찬가지.

등교시간, 횡단보도 앞에 깃발들고 조끼입고 늘상 서있는 엄마들의 모습, 나도 아무렇지 않게 보아왔고 넘들도 아무렇지 않게 보겠지만 그래도 내겐 첫 경험인것을.


무언가 정말 엄마가 된 것만 같았다.

빼도 박도 못하는 진짜 엄마.


아이들이 혼자서 집을 나설 수 있도록 등교 준비를 해주고

조끼와 깃발을 가지러 관리사무소로 간다.

비치된 녹색어머니 화일 봉사란에 싸인도 해놓고. (생년월일은 왜 적나 몰라.)

조끼 샥 걸치고 깃발을 확인하는데 나 스스로 왜이렇게 어색하고 재미나지.

내가 정말 녹색 어머니라는걸 하는구나

그런 날이 왔구나

우리 엄마가 지금의 내 나이대에 이걸 했겠지


난 한참 어렸지만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 깃발 들 날이 오겠지 생각했었다.


(고3이 되기 위해선 8년 정도가 남은 그 국민학교 어린시절에도

나도 언젠가 고3이 될 날이 오겠지. 얼마나 힘들까. 따위의 생각을 했었더랬다.)


그런 생각들 때문일까

조금은 오늘의 경험이 더 크게 느껴진다


아 알았다. 그시절 내엄마의 모습을 내가 똑같이 모습하고 있을때, 그 경험을 나는 더욱 크게 생각하나보다.

내가 벌써 그렇구나. 내가 벌써.


난 녹색을 참 좋아하는데

녹색어머님은 살짝 올드하니깐

녹색엄마로.


오늘 나는 충실히 재미나게 녹색엄마의 임무에 임했다.

또 내 차례가 돌아오면 낯선 재미는 사라지고 익숙함이 죄금 더 차겠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첫 경험 또한 만족한 편. :)


엄마를 보고 반가워하며 건너가는 딸들. 시원하게 손 흔들어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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