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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Jun 21. 2023

그녀는 진정한 카운슬러

_6. 힘없는 혼잣말에 기꺼이 답을 내는 8세 친절 상담가 

'230619


또다시 투닥투닥하고 고된 하루가 지났다.

첫아이를 먼저 재우고 둘째아이를 재우기 위해 옆에 누웠다.

휴, 오늘 하루 고됢의 주요 주제는 나와 첫아이의 투닥거림. 

"수아야, 엄마가 언니랑 자주 부딪치잖아. 

그럴땐 어떻게 해야할까?"


마음과 머리가 복작하고 상하여 힘없이 혼잣말처럼 내뱉은 말인데 

8세 꼬꼬마가 기꺼이 엄마의 뜻없는 질문에 부드러운 말투로 답을 내어준다. 


"엄마, 엄마가 지금 많이 참고 있지? 알아~

그런데 언니가 화를 내면 엄마가 5번 정도만 참아봐.

그래도 안되면 옆방에 들어가서 10분 정도만 있어봐봐. 

그러면 열이 좀 식혀질거야."


으응?


혼잣말처럼 의미없이 결론없는 말을 내뱉었는데 

여덟살짜리가 이런 현명한 답을 내어준다고?

거기다 나름의 결론을 내기 전, 내담자를 먼저 따뜻하게 토닥여주는 상담기법을 사용한다고?

(엄마가 지금 많이 참고 있지? 알아~)

삽시간에 내담자가 되어버린 나는, 저 위로의 말에 그저 추욱 마음과 몸이 풀려버렸다. 

기특하기도, 고맙기도, 사랑스럽기도, 우리 딸 다 컸네 싶기도. 


그녀의 지혜로운 결론에 대해 추욱 생각해보니

언젠가 언니와 투닥거릴때 내가 둘 사이에 내려주었던 판결인듯 하다.

그래도 그렇지. 그 말들을 나름 마음과 뇌 속 어딘가에 가지고 있다가 지금 내어주는구나. 

고마워 내 딸들.  

엄마가 좀 더 감정을 잘 다스리고 좀 더 사랑을 표현해볼게. 

그녀들 때문에 고되나 그녀들 때문에 또 힘을 얻는 이상요상한 직업.

어울리지 않는 역할 하느라 고생한다잉. 힘내라 이원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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