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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Jun 28. 2023

방과후 방송댄스교사는 참 어리고 상콤하구나.

_8. 학부모 참관 수업에 충실히 임하다.

'230627


딸의 방과후 교실 부모참관날.

굳이 필참은 아니나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우리 따님께서 오라고 명하셨으니 엄마는 갑니다.


잘 흔들리지 않는 몸똥아리를 흔들어제끼는 것을 좋아하여 "방송댄스" 반까지 입성한, 나와는 전-혀 다른 그녀. 도착한 댄스반은 생각보다 좁아 올망졸망 초딩들이 가까이 모여 있었고, 그나마 여자아이들인지라 나름 귀엽다고 표현할만한 땀냄새가 풍겼다.


벽면 한쪽에는 커다란 거울이 꽉 채우고 있었고, 맨 앞에는 댄스 시범을 보이고 있는 방과후 선생님이 보였다. 이쁜 여자를 쳐다보는 여자들의 눈길이란 얼마나 매서운지. 짧은 순간에 스캔이 끝났다.

164cm정도의 키, 허리보다 조금 더 밑까지 내려오는 옅은 펌의 블랙 모발, 살짝씩 얇은 허리가 드러나는 세미크롭티, 예쁘게 업된 힙이 드러나는 트레이닝복 짧은 바지, 장목 양말에 귀여운 크록스까지.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어여쁜 선생님이 환하게 햇님처럼 웃으며 엉덩이를 흔들고 아이돌 춤을 추는데 내 시선이 그녀에게로 고정되어 내 딸에게 도통 옮겨지질 않는다.


교실 밖에서 어머님들을 안내하는 젊은 남자 교사가 있었는데, 계속 여기를 흘끔대는 것까지 내 눈에 보이니 말 다했다. 어디 나뿐일까. 참관하는 엄마들의 시선과 마음도 나와 별반 다르지는 않을걸. 적어도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다 여성인지라 꽤 여러 마음들이 공존했을거다. 쿡쿡. 이 문장을 적어내면서도 그 여러 흩어다녔을 마음들 안에 내 마음이 포함되는 것이 퍽이나 우습다.


살랑살랑 댄스를 하는데, 아이쿠. 댄스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넋을 놓고 보아진다. 방송댄스 방과후가 되었을때, 요즘 아이들 노래며 춤이 선정적이니 살짝 염려가 되었었는데, 이 선생님이 또 야무지게 아이들 위주로 춤을 춰주네. 율동처럼 그러나 아이돌 댄스에 어긋나지 않게, 과하지 않고 사랑스레 몸을 흔든다.


저렇게 해처럼 환하게 웃고, 저렇게 살랑몰랑하게 몸을 흔들고, 저렇게 햇복숭아처럼 어리고, 저렇게 여리하지만 단단한 몸을 가진 러블리한 20대라니. 참 이쁘구나. 참 어리구나. 참 좋겠... 하하하. 아니야 부러운건 지는건데. 그럼그럼 난 졌지. 한참 졌지.


나오는 길, 엄마들이 지나가면서 하는 말과 그 말투를 들어버렸다. "어쩜 저렇게 개미허리에요~ 엄청 말랐엉~" 말과 투 안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담기는 법. 그 마음까지 들어버린 것을.

학부모 참관 수업.

나는 딸보다 그녀를 더 많이 참관하긴 했으나 학부모, 참관, 수업이라는 세단어 정의를 충실히 이행하긴 했다. 후훗.

두꺼운 다리에 짧은 치마를 둘러도 귀엽고, 맨얼굴조차 투명한 때를 지나고 있는 그녀들을 볼 때, 혹여나 마음에 슬쩍 지나간 시절을 선망하는 뭔가가 올라올라치면, 지혜로이 물리칠 수 있는 특급 비법 띵킹을 하나 소개해볼까.


'현재의 영한 그녀는 이십년뒤 또 영한 그녀를 보며 좋은 시절이네 할 때가 온다'는 것. 암요암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부지런히 저녁을 차리고 아이들을 재우고 신랑을 기다린다.

여전히 내 허릿살 뱃살 오돌토돌 피부가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안정하고 안온한 현재가 곱고 좋은 것을.

나는 부럼도 살그머니 넘길 수 있는 넉넉한 꽃줌마라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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