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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Jun 28. 2023

#예술이야_싸이

노래기억; 다시 그곳으로, 그때로.

애정하는 종합예술가 싸이의 매우 애정하는 많은 곡들을 차치하고, 이 곡을 첫 글로 삼은 것은,  노래와 관련한 짧은 이야기가 내 장면에 쿡 입력되어 아직도 들을때마다 그 이야기로 회귀하기 때문.


그의 가사는 대단히 선명하여서 굳이 상상하려 애쓰지 않아도 장면들이 펼쳐지는데, 그 중 선명 베스트는 단연 <낙원>이 아닐까.  

너와 내가 단둘이서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나고, 너와 나만 함께하는 세상속에서 무지막지하게 행복한. 장도 보고, 쌀도 담그고, 그녀가 잠깐 잠든 사이 요리하는 그. 둘이서 오붓한 저녁 식사. 그리고 그다음은 뭐..나도 모르지.

8년 뒤 2010년, 유사한 가사의 곡 <예술이야>.

너와 내가 어디론가 정해지지 않은 곳으로 떠나는. 떠나서 행복하게 즐기는. 이 뻔한 클리셰가 이번에도 통했다. 나는 싸이의 19금 가사도 참 좋아하는데, 찰떡같이 떨어지는 가사의 라임과 그보다 더 잘 맞아 떨어지는 기승전결(라임과 기승전결과 줄거리를 맞추는 것은 정말 하나의 예술이라는 생각.),  가사에 맞는 섹시한 랩톤, 펼쳐지는 장면, 장면 속 분위기...


정신없이 가는곳, 정처없이 가는곳, 정해지지 않은곳.

서로를 재워주고, 서로를 깨워주고, 서로를 채워주고.

지금이 우리에게는 꿈이야, 너와 나 둘이서 추는 춤이야, 기분은 미친듯이 예술이야.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야, 죽어도 상관없는 지금이야, 심장은 터질듯이 예술이야.

밤새 잔을 부딪혀, 밤새 뺨을 부비며, 밤새도록 둘이서.

눈이 점점 풀린다, 다리도 따라 풀린다, 수수께끼가 풀린다..


라임이 이토록 잘 맞는데

어쩜 짧은 라임의 가사로 그 많은 (시크릿한)면면들을 응축시켜 놓았는지.

이 가사로 인해 청자는 노래 속 커플과 정해지지 않은 곳으로 함께 들어가 버린다.

(커플+1일지, 커플 중의 1이 나일지는 청자 몫.)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초중고 동창 OO이 10년 전 수다 중 말해준, 그녀의 이야기.

당시 그녀는 결혼하여 첫아이 임신중, 나도.


내 동창과 그녀의 남자친구는 함께 드라이브를 할 때마다 그렇게 이 노래를 틀었었단다.

물론 그 드라이브길 또한 어디론가 정처없이 정신없이 가는 중이었겠지.

아직 결혼 전. 또 얼마나 설렘 가득했겠어.


내 장면은 이러하다.

sunglass, 앞쪽 두 창은 하단까지 시원하게 오픈, 볼륨은 최대치, 뻥 뚫린 고속도로.

시원한 드라이브길에 들려오는 시원한 곡과 가사.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야, 죽어도 상관없는 지금이야, 심장은 터질듯이 예술이야.

예술이야 예술이야 이런날이 올줄이야 예술이야 예술이야..."

이 때가 내 친구, 참 좋았나보아.

뱃속 아이의 태명을 "예술이"라고 지었다는 잊지 못할 이야기.


결혼 후 새로운 생활 적응과 임신을 겪으며 60가지의 호르몬 변화를 오롯이 감당하는 일은 분명 연애 시절 둘이 훌쩍 어디론가 떠나는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터.

그 행복한 순간들을 기억하게 하고 그 때로 돌아가게 하는 "예술이"란 태명이 참신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고. 같은 임신부라 그런가. 뭐랄까. 참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그 예술이도 지금 10살일텐데. 어떻게 자라고 있으려나. 내 친구는 또 어떻게 지내려나.

서로의 삶에 바빠 연락이 닿지 않은지 꽤 오래나 오랜만에 연락하면 엊그제 만난것처럼 반가이 수다하겠지.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커가도, 그 아이가 자라서 또 그 아이의 아이가 태어나도.

어떠한 노래를 들으면 여전히 그때의 화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감성을 지니고 살아갈테다.

꼭 그러한, 생에 마르지 않는 정서가 바로 "예술"이지. :)


https://youtu.be/1vSeH1TWy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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