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음악 세션은 참.. 별로였다.
'231121. 그리고 '231201.
한달 내내 용산구 일대 초등학교에 나가 교육청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헌데.. 오늘은 참 실패감이 큰 날이다. 수업 시간에 조금의 집중을 벗어나면 드러눕는 친구가 있었는데, 역시 그 친구는 오늘도 드러누웠고, 아이들의 표정은 지루해 보였으며 계속 시끌시끌했다. 음악과 준비해간 악기는 별로 조화롭지 못했고 커다란 음악적 성공경험 없이 어수선하게 2회차 수업이 끝나버렸다. 블루투스 마이크 배터리는 분명히 사전에 풀 충전 해두었으나 중간에 나가버려서 생목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고, 경황 없는 초보 음악치료사 티를 팍팍 내는 사이 땀은 비질비질 흘러내렸다.
그 와중에 담임선생님은 뒤에서 계속 수업을 지켜보셨고, 교감 교장 선생님이 최악의 순간일 때 다녀가셨으며, 헬퍼 선생님도 혼란한 수업 시간 내내 이리저리 뛰면서 고생하셨다. 쩔쩔매는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된 느낌이었다. 못난 수업이 끝난 후 난 불현듯 나에 대한 그들의 평가가 두려워졌다.
글을 쓰다가 마무리짓지 못하고 바쁜 날들이 흘러 현재는 저 날로부터 열흘이 지난 시점.
그때가 꽤 오래전인듯 싶게 시간은 살같이 가버렸다. 삶의 글주제들은 부지런히도 쌓여가는데 날들은 정신없이 흐르는구나.
열흘전 기분이 참 뭣같았지. 그날 나는 나를 좀 괴롭히고자 맵고 달고 짠 떡볶이에 몸에 좋지않은것들을 털어넣었다. 물론 다음날 아침 체중계 숫자가 나를 더 괴롭혔고.
그날의 실패감 혹은 당혹감 혹은 무기력감은 하루 반나절 정도 더 갔던것 같다.
애정하는 언니와 통화를 했는데, 언니가 이 문장을 말해주었고, 어, 그건 내게 꽤, 정말 꽤 도움이 되었다. (이제 누군가의 말에 크게 힘받거나 정신차리거나 하지는 않는데 말야.)
"우리가 또 그렇게 확~ 망치는 스타일들은 아니야."
으허허. 하고 쌉싸름하게 다음 주제로 넘어갔으나, 아.. 그럴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얼마나 준비하고 애쓰는지 나는 나를 알기에. 나의 폭망은 넘의 폭망과 다를수도 있다는 것. 나의 폭망은 망함의 기준조차 높아버리는것. 분명히 어수선하고 별로였지만... 그래, 그렇게 완전 폭. 싹. 망. 한건 아닐거야.
성실히 최선을 다해 준비하기에 결과는 늘 나의 정과 성에 비례하는 편이지만, 준비한 것 외의 무언가가 나와버리거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적지 않게 당황한다. 그리고 자기반성, 자책감, 자괴감이 꽤 진한 편이고. 누군가를 탓하기보단 나를 탓하는 편이고.
물론 아직도 그날 나를 지켜본 눈들의 평가를 생각하면 아찔한건 사실이다.(생각을 잘 안한다는게 함정.) 그저 머릿속으로 판단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페이퍼에 어떠한 글자들이 작성될테고. 그것이 어딘가로 흘러갈테고. 그 몇줄은 나를 픽하지 않는 이유로 작용될수도 있겠지.
그러나, 플러스가 많은 나의 역사들에 작은 마이너스가 크게 작용하지는 않을거라 믿고. 다음에 동일한 기회가 왔을 때 똑같은 미스테잌에 빠지지 않을거라 교훈을 얻었으니. 조금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기회라고 결론을 내보자.
음. 이번에 나의 가장 큰 미스테잌은 내가 만들지 않은 자료로 수업을 진행했다는 것. 이번 프로젝트의 성격상 여러명이 함께 피피티를 만들었는데, 그 자료들을 몇번이고 곱씹으면서 내것으로 만들곤 했었다. 바로 열흘전 수업 자료는 수퍼바이저 교수님이 만든 자료였고, 매우 정갈하며 구조적이었다. 나도 이대로만 따라가면 되겠지. 하고 크게 의심하지 않았던 터. 자료가 아무리 훌륭하여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것을 몰랐던 거지. 어디든 오롯이 나만의 것으로. 나의 옷을 입고 나갈것.
이원지표는 통한다.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