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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Aug 27. 2024

결국 내 길임을 알고서

#강강_오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공통점이 딱 하나 있다면 그건 고개가 아닐까, 누구든 우린 고개를 넘지 
고개를 하나 넘으면 올라오는 이의 마음이 보이고, 고개를 두 번 넘으면 무엇이든 자신감이 붙고 
고개를 세 번 넘기 전에는 두려워 뒷걸음질 쳤지만, 결국 내 길임을 알고서 다시 돌아왔지
강강술래 아라리요 옹헤야 늴리리야 바람이 분다 고개를 넘어간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공통점이 딱 두 개 있다면 고개와 사람이 아닐까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고개를 하나 넘을 때 알 수 없는 경쟁을 했고, 고개를 두 번 넘을 때 이제는 서로를 알아봤고
고개를 세 번 넘기 전엔  배신도 당해봤지만, 손을 내민 것도 사람 아라리요 옹헤야 
늴리리야 바람이 불어도 고개는 넘어간다.


가끔 좋은 곡을 찾고저 하이에나처럼 헤매일 때가 있다. 메시지가 있는 곡을 사용해야 하는 음악치료 세션을 앞두고선 더욱 그렇다. 헤매이다 발견한 곡이 마음에 쏘옥 쑤욱 들어오면 크게 행복하다가 뮤지션 또한 마음에 쏘옥 쑤욱 들어오게 되면 감춰둔 금은동을 발견한 사람처럼 거하게 기뻐진다. 이 곡이 꼭 그러했다. 


이 곡에서 토의할 수 있는 주제란 얼마나 무궁무진한가. 

-당신의 인생에서 맞닥뜨렸던 제일 커다란 고개는 무엇이었나요. 

-고개를 넘고 난 뒤, 혹시 선물처럼 찾아온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생의 큰 일들이나 결정 앞에서 뒷걸음쳤던 경험이 있나요. 

-주변 사람과의 경쟁이나 배신 등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나요.

-그러한 어려움들을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당신의 가장 힘든 때, 손을 내밀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


이 곡으로 세션을 진행하면, 제시간 내에 끝내기 어려울만큼 다양한 경험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온다. 가사와 멜로디의 조화로움, 전통곡을 끌어내 곡의 의미와 절묘하게 결합한 것 등 지은 이에게 칭찬드리고픈 구석이 구석구석에 자리한다. 헌데 실은, 난 이 곡의 첫소절을 듣고 부른 이의 목소리와 무드에 반하여 마음이 살랑거린 것이니 가사 속 메시지보다는 그녀와 그녀의 무드, 이러한 가사를 써낼 수 있는 그녀의 마인드에 더 반한 것이라 할 수 있을 터. 이렇게 노래글, 멜로디, 무드와 마인드가 마음에 합하면 그때부터는 창작자의 라이프 서치에 들어가고,  난 '오열'이라는 뮤지션의 삶을 조명해 이미 나의 음악 친구로 마음에 새겨버렸다.


노래에서 하고픈 말이 많은 사람은 세상이 쉽거나 심플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내 안에 담겨져 있는 말이 많아야 그것이 글로든 음악으로든 분출되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경쟁과 배신, 두려워 뒷걸음친, '고개'로 상징되는 가사에 녹아진 그녀의 수많은 쓰라림은 결국 이렇게 멋진 곡으로 피어올랐다. 고개를 넘는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가면서, 그리고 그 길끝에서 [닐리리야, 바람이 불어도 고개는 넘어간다] 라고 희망차게 당차게 노래하면서 말이다. 


삶의 크고 작은 고개를 마주할때마다, 쓰라릴때마다, 이전 선배들이 고통 속에 불렀던 소절들을 입에 읊조리며 고개를 이겨내고 살아가길 그녀는 노래를 만들면서 바라고 또 바랐을 것 .

 

강강술래, 아라리오, 옹헤야, 닐리리야, 바람이 불어도, 고개는 넘어간다. 

 

정말 그러하다. 고개는 넘어가졌고, 넘어가지며, 넘어가질 것이다. 내 손을 잡아주는 어떤 따스한 이와 함께, 그리고 잠시나마 앞에 고개가 있는 것을 잊게 해주는 마법 진통제 노래들과 함께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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