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차 헬린이의 무기력증
번아웃이 세게 왔다.
예전에도 지친 적은 있었으나 (당시는 그게 번아웃인 줄 알았다), 이 정도로 소진된 적은 없었다.
일어나 앉을 때에도 무진장 노력해야 하는 상태가 되고 나니 심각성을 깨달았다.
누구도 내게 달리라고 하지 않았는데 혼자 부담감을 느끼다 나가떨어진 것 같기도 해 울적함까지 더해졌다.
자주 해 먹던 집밥, 매일 밤 쓰던 일기, 일주일에 서너 번은 나가던 동네 산책...
내 일상을 지탱해 주던 것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었다.
유일하게 남은 게 - 헬스. 돈 내고 PT를 받다 보니 헬스장은 꾸역꾸역 갔고, 30분 PT를 받고 개인 운동까지 1시간은 채웠다. 그러나 사무실 혹은 집에서 일어나 헬스장을 가는 것마저 위태로운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 발견하여 읽은 책이 <아무튼, 피트니스>
헬스를 하게 된 작가님의 이야기인데 얼마나 큰 위로가 되던지.
p.121
다른 일이 꼬였는데 운동만 잘하는 건 불가능하다. 생활의 힘이 골고루 안배되어야 운동도 해나갈 수 있다.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 그것이 잘 사는 것 아니겠는가. 눈 뜨면 이부터 닦는 일, 잘 씻고 갖춰 입는 일, 아무리 재촉하는 일이 있어도 제때 끼니와 잠을 챙기는 일. 이런 걸 유지해야 운동을 해나갈 힘이 생긴다.
p.122
큰 일과 작은 일, 중요한 일과 사소한 일의 흥정 속에서 부대끼다 보면 내 일상은 귀찮은 군식구 취급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운동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도구일 뿐처럼 여겨진다. 자기 관리 기술의 일종... 같은 게 되어 버리면 운동은 일상의 벗이 아니라 하기 싫은 숙제처럼 느껴진다. 탄성을 잃은 고무줄처럼 뚝 끊어지기 쉽다. 고무줄처럼 너무 팽팽하게 당기고 사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일상의 안팎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도 무시하게 된다. 느슨하게 풀어놓고 살아야 돌아보게 된다.
위 두 페이지를 읽고 눈물이 핑 돌았다. 헬스가 참 즐거웠는데 요즘 숙제 같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앞으로 쭉 함께 할 친구로 두고 싶은데, 그러려면 일상부터 잘 챙겨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했다.
나 화이팅, 직장인 헬린이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