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전환기 4

소파술

by 우너지
소파술은 자궁 내 태반 등을 흡입하거나 자궁 내막을 긁어내어 제거하는 수술이다. 소파술 이후 근로자는 국가에서 보장하는 유산/사산 휴가를 받을 수 있다. 임신기간에 따라 수술일로부터 10일(15주 이내), 30일(21주 이내) 등을 쉴 수 있도록 보장한다 (링크). 이 기준은 유산/사산 건수가 '14년 28.60%→‘17년 30.35%→'20년 35.21%→‘22년 35.90%로 늘어나면서 '25년 2월 근로기준법 시행령 변경으로 임신초기 유산·사산휴가 기간이 확대된 것이다 (참조).


수술 전날 회사 매니저와 몇몇 분들에게는 유산 소식과 함께 수술 예정임을 알렸다. 업무 인수인계를 요청하고, 슬랙 일정 공유 채널에는 개인 사정으로 장기 휴가를 간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주말 포함 13일. 지금 회사를 다닌 5년 중에 가장 긴 휴가였다. 아파서 병원을 한 달간 입원했을 때에도 휴가 없이 재택을 했던 적이 있다. 내가 부재했을 때 남은 동료에게 업무가 몰리는 게 싫어서 그랬는데, 지나 보니 참 미련했다. 이번 주는 정말 바쁜 주간이라 이렇게 쉬는 게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일을 하지 말아야지. 임신 기간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는 정말 내 몸을 보살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모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제주도에서 장례를 치르고 온 엄마는 부산 집에 들렀다 바로 우리 집으로 왔다. 30대 중반 다 큰 딸이 유산을 겪고 수술을 받는다고 하니 60대 우리 엄마는 마음이 쓰여 부산-제주도-부산-서울의 강행군을 했다. 밤 10시부터 물을 포함해서 금식했다. 잠이 잘 안 왔다. 새벽까지 뒤척거리다 수술 당일 아침 8시부터 병원을 찾았다. 자궁 경부를 열어준다는 약을 넣고 수액을 맞으며 2~3시간 정도 지나니 아랫배 통증이 심해졌다. 화장실에 가니 피가 많이 비쳤다. 간호사에게 이야기하니 곧 수술 들어가자고 한다.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 수술 준비하느라 분주한 병원 특유의 쇳소리를 들으니 실감이 났다. 수면 내시경할 때의 하얀 마취약이네. 곧 잠드실 거예요. 하나, 둘, 셋, 넷...부터 희미해졌고 일어나니 수술이 끝나있었다.


회복실로 옮겨져 수액과 항생제를 맞으니 으슬으슬 추웠다. 아랫배가 심한 생리통 마냥 아파 내내 끙끙거렸다. 항생제 때문인지 속이 안 좋아 간호사 선생님께 봉지를 받아 구토를 했다. 공복이 14시간을 넘어가니 노란색인지 초록색 위액만 나왔다. 그 이후로도 헛구역질이 계속 났다. 대기 시간이 길어져 시어머니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파워 F인 우리 시어머니는 고생해서 어쩌냐며 계속 훌쩍이신다. 엄마와 남편은 함께 있지 못해 주변 동네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시다 병원 복도에서 대기했다고 한다. 수액을 맞는 데 두 시간이 더 들었다. 아침 8시에 왔는데 회복실을 나오니 3시가 넘었다. 엄마와 남편은 고생했다고 토닥여주었다. 병원 근처 복국집에 가서 복지리를 먹었다. 입맛이 까끌거리고 몸은 추워서 국물만 연신 들이켰다. 후덥지근한 날이었는데 계속 몸이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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