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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and Only

지금, 나의 육아에 있어서 원 앤 온리는 무엇일까

by 원지윤

아이 학교 앞으로 이사 온 지 열흘이 넘어간다. 아이에게 이동의 자율권이 주어졌다. 더 이상 픽드롭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에게도 자유가 주어졌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루틴대로 잘 지내고 있다. 너무도 홀가분하고 자유로울 줄만 알았는데 무언가 마음 한가운데 구멍이 뻥 하고 뚫린 기분이다. 분명 나의 몸은 편해졌고 시간은 많아졌는데 마음은 헛헛하다. 이런 순간들이 아이가 커갈수록 더 자주 느낄 거라는 것을 아이를 출산한 순간부터 직감했는데 역시 현실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제 뱃속에서 나왔으니, 한 몸에서 둘이 되었으니, 이제 앞으로 점점 멀어질 일뿐이겠구나.

너만의 세상을 아름답게 꾸려 나가 보렴. 엄마 아빠가 있는 힘껏 도와줄게.'


(멋지게 다짐을 했던 십 년 전과 달리, 내 품에서 조금만 멀어지는 것 같은 아이의 성장에 늘 서툴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에서 둘이 되었고, 모유수유를 하며 다시 한 몸이 되었다 다시 둘이 되는 연습을 했다. 18개월 무렵 아이는 모유를 더 이상 먹고 싶어 하지 않았고 우리 부부는 그 신호를 알아챘다. 그리고 바로 단유를 결심했다. 갑작스러웠지만 이미 예정된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아이를 낳고 첫 외박을 했다. 그렇게 하룻밤만에 아이와 나는 완전한 두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이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서 내가 모르는 아이의 시간이 생겼고 내가 모르는 아이의 관계들이 생겼다. 아이가 클수록 엄마인 나의 울타리를 점점 넓혀가야만 했다.


사실 요즘 아이의 놀이와 학습은 아빠가 전담을 하고 있기에 나는 아이의 먹거리와 생활습관에 대해 잔소리하는 정도가 전부다. 아이가 다섯 살 무렵 로봇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서 함께 노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어 이제는 함께 하는 놀이시간이 거의 '0'에 수렴하게 되었다. 다시 늘려나가야 한다는 걸 안다. 어떻게 늘려 나가야 할까. 나의 요즘 최대의 육아 고민이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외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출을 하려면 차를 타야 하는데, 차를 오래 타면 멀미가 난다는 아이를 데리고 어딘가를 가려면 아침부터 실랑이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솔직히 시도조차 하지 않은 적도 많다. (남편이 어렸을 때 그렇게 외출하는 걸 싫어했고 차에만 타면 자는 누나와 달리 차에서 쉴 새 없이 운전하는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었다던데, 그런 것도 유전인자가 되다니 너무도 놀랍다. 소름.)


다시 본질로 돌아가보자. 육아에 있어서 나의 원 앤 온리는 무엇일까.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인 것 같다. 주말에 거실에서 우리와 함께 있다가도 친구가 놀러 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리는 아이를 보며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느꼈다.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제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내게 남은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초조해지고 품 안에 매달려 있던 때가 사무치게 그립다. 그럴수록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다. 오늘 하루도 나는 늙고 아이는 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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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