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너를 품에 안고 있던 자리부터 서서히 공허해진다. 네가 “엄마, 다녀올게! 사랑해!” 하고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골목길을 나서는 그 순간, 나는 늘 잠시 멈춰 선다. 그렇게 너는 나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고 나는 너의 사랑한다는 힘찬 고백으로 하루를 연다. 길게 늘어진 골목, 담벼락에 그려진 피아노 건반, 그 위에서 춤추는 아이들, 전깃줄을 따라 휘어진 바람. 그 모든 익숙한 것들이 매일 아침 너와 함께 새로워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품에 안겨 있던 너는 언제 그랬냐는 듯 혼자서 가방을 메고 골목 끝에서 사라진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나 없이는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던 너였다. 그러나 지금은 등굣길을 홀로 가고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내가 모르는 세계 속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러 떠난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깨닫는다. 매일 아침 너는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그리고 그 탄생은 너만의 것이 아니라 내게도 일어나고 있다고.
그림책 <태어나는 법>을 보았다. 생명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에 나온다. 물을 타고 흘러오거나 단단한 껍질을 깨거나 누군가의 몸을 뚫고 나와 마침내 세상에 당도한다. 처음부터 아무렇지 않은 존재는 없다. 모두가 떨리고 두렵고 미지의 세상에 적응하느라 안간힘을 쓴다. 그 장면들을 보며 매일 아침 헤어짐 속에 다시 태어나는 너와 나를 떠올렸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매일 세상에 적응해 가고 있는 존재들이다.
너를 처음 안았던 날, 나는 세상을 마주한 또 다른 생명이 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렀다. 작은 너의 울음에 덜컥 겁이 났고 밤을 지새우며 나 역시 울곤 했다. 그런데 어느새 너는 혼자 잠들 줄 알게 되었고 혼자 옷을 입고 혼자 친구를 만나러 가게 되었다. 너는 단지 크기만 커진 게 아니었다. 네 안에서 자라고 있는 너만의 삶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었다.
너를 키운다는 건 매일 너를 조금씩 놓아주는 일이라는 걸 나는 아주 천천히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도 너는 내 품을 떠나 너만의 세상으로 향했다. 작은 어깨에 메어진 가방보다 네가 품고 가는 하루의 무게가 훨씬 더 무거울지도 모른다. 세상은 네게 늘 다정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다치고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괜찮다. 왜냐하면 너는 이미 태어나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
누군가의 등을 빌려서라도 세상에 발을 딛는 법,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고 나아가는 법,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믿고 떠나는 법을. 너는 이미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너를 믿고, 또 믿으며 기다릴 수 있다. 그 기다림 또한 내게 주어진 새로운 삶의 방식이 되었으니까. 사진 속 이 골목처럼, 네가 지나간 길에는 늘 햇살이 남고 바람이 머문다. 가끔은 너를 향한 그리움이 담벼락에 그림처럼 남는다.
하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랑이란 함께 있는 시간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연결되는 힘이라는 걸. 내가 너를 품에 안지 못하는 시간에도 우리는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자라고 있다는 걸.
너는 아침마다 나를 떠나고 나는 저녁마다 너를 다시 안는다. 그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이, 이토록 벅차고 눈부신 일이라는 것을 나는 너를 통해 배웠다. 그래서 나는 매일 너를 통해 다시 태어난다. 더 강해지고 더 부드러워지고 더 사랑하게 된다. 엄마로서 나는 매일 아침 너의 뒷모습에서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