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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 알게 된 단어, 상고대

상고대가 연출해 준 겨울 왕국 둘레길

by 바람이머문자리

이번 산행에는 숲 해설가님이 함께해 주셨다. 조금 가다 보니, 숲 해설가님께서 ‘상고대’라는 말씀을 하셨다. 구름이 나무를 스쳐 지나가다가 나무에 서리가 맺히는 것이라고 하는데,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고, 처음 마주하는 현상이었다. 나무에 눈이 쌓인 것이 아니라, 서리가 쌓인 것이란다. 나무가 하얗게 반짝거리는 것이 은빛 나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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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딸과 초반 5~6회 차 까지는 경험 삼아 참여를 독려한 이후, 더 이상 산행을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당시에 가을 산과 설산은 한 번씩 가봐야 한다는 것을 단서조항으로 달았었다. 첫째 딸과 지난번 설산행을 함께하려고 했는데, 딸의 발목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산행은 완만한 편이고 설경이 아름답다고 하여 꼭 가야 한다고 우겨서 함께하기로 했다.

그런데 산행하는 주 월요일 아내가 A형 독감에 걸렸고 겨우겨우 회복되는 과정에서 산행을 함께하기 힘들어졌다. 나도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첫째 딸이 “아빠까지 아프면 나도 못 가는 거지?”라며 내심 안가길 바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그 말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 첫째 딸과 함께 설산을 누빌 생각에 나는 독감 걸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산행 2일 전에 병원도 다녀오면서, 기필코 이번 산행에 간다는 각오를 다졌다.


금요일 저녁이 되자, 딸내미는 “안 가면 안 돼?”라고 물어서, 단호히 안된다고 하고 산행 준비를 시켰다. 나는 약간의 두통과 약간의 열, 약간의 기침과 약간의 인후통이 있어서, 심각하지는 않지만 기분 좋지 않은 상태였다.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스물두 번의 산행 중에, 나는 이번이 가장 컨디션이 안 좋았다.

그리고 아침 4시에 기상을 했는데, 딸내미가 갑자기.... “나 너무 슬퍼.”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이렇게 포근한 침대를 두고 떠나야 한다니 너무 슬퍼.” 라길래, 일단 무시해 주고 출발했다.



버스 집결 시간 4시 40분에 거의 다 되어서 도착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대장님들과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버스에 자리를 잡고 잤다. 미열인지 몸살인지 스멀스멀 느껴지면서 약간의 두통을 떨치려고 잠을 잤는데, 자면서도 계속 몸이 으슬으슬 대는 느낌이었다. 휴게소에 들렀지만, 내릴 생각도 하지 못하고 계속 잠을 청했다. 그리고 들머리, 대관령에 도착했다. 다행히 몸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 나누어 주신 김밥을 먹고, 산행 채비를 하고 2025년 첫 산행이라서 시산제를 올리고 산행을 시작했다. 조금 지나니 상고대로 빛나는 나무 틈 사이로 해까지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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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심하게 불 지 않아서, 산행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경사도 완만한 편이어서, 겨울왕국에 있는 둘레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눈이 내린 지 오래돼서 눈이 많지 않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상고대가 내려앉은 나무들이 훨씬 더 멋지게 느껴졌다. 눈이 내렸다면 상고대를 못 만났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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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멋진 풍경 속을 걷고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나의 몸 상태는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 다양한 통증들이 조금씩 발현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체력이 더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다행히도 오늘 산행에는 초경량 가방으로 임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4시간 좀 안 되는 시간이 지나고 날머리, 동해안 전망대에 도착했는데, 1~2km만 더 걸었으면 퍼졌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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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전망대에서 바다가 보이는데, 바다, 하늘, 구름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 반대편으로는 대관령 목장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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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도 무사히 잘 마쳤다.

첫째 딸은 친구들과 선두로 다녀서 나와 마주친 적은 별로 없지만, 이 아름다운 설경을 딸내미 마음속에 넣어줄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다. 그래도 선자령에서는 딸과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아내와도 다시 한번 눈 덮인 선자령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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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 4 백두대간 42구간(대관령~동해안 전망대) / 난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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