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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Dec 15. 2022

상식적인 것도 상대적인 개념이다.

옳고/그름, 맞고/틀림, 합리적/비합리적 모두 상대적인 개념이다.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내가 하는 것이 반드시 옳다.'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했던 것 같다. 패기 넘치던 시절이었고, 모두에게 옳은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는 확신에서였다. 그래서 협력이 필요한 유관 부서와 많이 들이받았었다. 내 의견을 관철시키지 못하면 업무가 추진되지 않을 테고, 내가 옳으니까 상대방이 말을 안 듣는 것이 잘못이니까 말이다.

시간이 지나 관리자 급이 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들이받고 목청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들이받아보기도 해 보고, 그렇지 않게도 해보면서 업무가 진행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경험으로 축적해왔기 때문이다. 그 이후부터는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되었고, 옳고 그름보다는 일을 어떻게 되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경험에서 오는 연륜이 만들어 주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런데 지금 스타트업 씬에서는 평균 연령이 30대 전후로 한창 패기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 당연하게도 나의 젊은 시절과 같이 자기 업무를 완성시키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당장 이 사람들에게 경험을 축적시키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이야기하면 좋을까 생각했는데, 그것이 바로 '상대성'의 개념이다.


'이 건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요?'

'왜 저 사람들은 이렇게 하는 걸 못하게 방해하는 거죠?'


업무를 하다 보면 이런 질문 내지는 의문을 갖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맞고 틀림을 구분 짓는 기준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람들은 옳고 그른 것이 나의 기준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상대방도 나의 기준점과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해가 깊어진다.


대기업에서 업무를 할 때는, 이러한 기준점이 상당히 명료하고 객관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편이었다. 물론 여전히 기준점의 해석에 있어서는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는 상대성이 존재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스타트업으로 오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부적인 업무 매뉴얼이나 프로세스 상 규칙이 명료하지 않기 때문에, 직원 개개인이 받아들이는 옳은 방향 또는 옳은 정도가 천차만별이 된다.

더불어, 짧은 근속 기간으로 인하여 업무의 노하우가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덜 축적된다. 그로 인해 인프라 차원에서 명료하게 해 두더라도, 사람이 계속 바뀌면서 해석이 달라지는 데에서 혼란은 가중된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관리부서에서 그 일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논리를 정리하여 이렇게 하자고 장문의 메일을 다수의 관계자를 참조하여 보낸다. 하지만 단박에 다시 안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면 이때, 왜 안 되고, 왜 못하게 하는지 해당 부서 담당을 도무지 이해 못 하겠다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관리부서에서는 내가 하려던 일은 못하게 해야만 하는 입장이라면, 그 담당자는 반대로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업무를 진행하라고 하는데, 이 '상식'이라는 것도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아예 상식의 개념이 없을 수도 있다. '상식 수준'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가르쳐주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다. 가르쳐주지도 않고, 나중에 왜 상식에 맞게 일하지 않았냐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리더가 업무 지시를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글을 많이 보는데, 세상의 많은 일들이 상대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업무를 할 때, 상대방을 배려하라고 말하는데, 그 말은 좀 모호하다. 대신 상대방이 갖고 있는 기준점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업무에 임하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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