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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Dec 12. 2022

직원은 또 하나의 가족이 아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멘탈이 깨지지 않기 위해서 가져야 할 생각.

투자심사역으로 일 하는 동안, 사후 관리를 하면서 만났던 대표님들을 보면, 굉장히 스타일이 달랐다. 하지만, '직원'이라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상당히 내상을 많이 입었다. 그리고 스타트업 씬의 혹한기를 대비하여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멘탈 강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글을 남겨본다.


대표는 '직원', '투자자' 등의 사람 관계에서 상당히 큰 피로감을 갖게 될 수밖에 없는 자리다. 하지만 오늘은 '직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만 말해보려고 한다. 스타트업의 혹한기에 자주 등장하게 될 말이 '구조조정'이 아닐까라는 걱정에서 대표님께서 조금이나마 덜 아프게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 하나의 가족, 삼성'이라는 모토가 유명한 시절이 있었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이었는데, 사내적으로도 직원을 또 하나의 가족처럼 본다는 것까지 확대됐었다. 이 문장이 영향을 미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직원들을 또 하나의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소규모 인원으로 시작하고 동고동락을 했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며 독려해서 끈끈함이 주는 가족 같음이 있다. 그렇지만 이 느낌이 대표님만의 느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두셨으면 좋겠다.


반대로 대기업에서는 농담으로는 회사를 또 하나의 가족으로 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도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업무적인 관계로만 연결되어 있어서, 퇴사를 하고 나면, 몇몇 친한 선후배 외에는 연락을 할 일도 없는 관계에 가깝다. 직원 개개인이 떠나도 회사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는 구조이고, 떠난 자리를 메울 사람이 많은 조직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있다.



직원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께서 가장 크게 무너지는 때가 '구조조정'이다. 회사가 이렇게 어려우니까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직원들이 어느 정도 양해를 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던 대표님이 직원과 면담을 하기 시작하면 멘탈에 큰 타격을 준다.


첫째로 가족 같았던 직원에게 회사를 그만 나와달라고 얘기해야 되는 상황에서 오는 상호 간의 충격이다. 특히 우리는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하게 교육받아왔기 때문에 그런 말을 잘 못하는 경우 더욱 충격은 크다.


둘째로,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생기면, 빠른 속도로 퇴직과 이직을 하는 냉정한 직원들로부터의 충격이다. 힘들어도 함께해줄 것 같았던 직원들이 빠르게 손절하고 이직하는 모습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마지막이 가장 큰 충격을 주게 되는데, 가족 같았던 직원이 계산적으로 본인이 받아야 될 것(퇴직금, 월급, 야근 수당 등)만을 챙기는 모습에서 오는 배신감이다. 대표님은 회사가 이렇게 힘든데, 좀 덜 받으면 안 되겠니?라고 묻고 싶겠지만, 덜 주면 법적인 패널티만 있을 뿐이다.



사실 직원은 직원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데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모든 직원들이 돈 받은 것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나는 연봉보다 일을 적게 하고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직원은 없다.


멘탈에 타격을 입기 전에, 앞선 3가지 상황에 대해 이렇게 대처하면 어떨까 하는 내 생각을 남긴다.


첫째, 개별 직원에게 퇴직을 권해야 할 때는, 진정성 있게 대표가 직접 얘기해주면 좋겠다. 대표가 나는 그런 말 못 한다고,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서 퇴직을 권하면 해당 직원도 몹시 기분이 상한 채로 퇴사하게 된다. 나가는 직원들은 향후 우리 회사의 로열 고객층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함께할 때는 치열했더라도, 떠날 때는 좋은 관계로 보내주면 좋겠다.

직원들은 퇴직을 권고받으면, 반대로 회사가, 그리고 경영진이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을 왜 나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할 것이다. 대표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대보다 일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미안하다.'라고 본인의 책임을 일부 인정해주면 좋겠다. 이것은 대표가 진짜로 경영을 잘못했으니 사과하라는 말이 아니다. 떠나는 사람에 대한 위로이며,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대표님 본인에 대한 위로가 될 것이다.


둘째, 빠르게 퇴직, 이직하는 직원들은 앞서서 말한 것처럼, 이렇게 된 상황의 원인을 경영진 탓으로 생각할 것이다. 개별 직원들은 최선을 다했고, 받은 만큼 이상으로 일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개개인들은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압박감 앞에 서있다. 월급도 못 받고 일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

대표님이 직원의 상황을 이해 못 할 상황에 놓여있을 수 있지만, 직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두시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의 경우는 둘째와 유사한 맥락이다. 믿었던 너마저 떠나다니라는 생각에서 '믿었던'이 문제다. 기대가 없다면 실망도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직원들은 개인의 이익을 최우선 시 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은 법적으로도 보장되어 있다.

그래서 구조조정도 퇴직금과 수당 등 직원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시작하시기를 바란다. 물론 빠듯한 스타트업 살림에 그렇지 못할 상황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결론적으로 직원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마음이나 기대가 없다면 대표님 멘탈 보호에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대표는 회사라는 법인체의 심장이라고 생각한다. 뛰지 않으면 죽게 되고, 피를 돌게 해야 한다. 법인의 피는 돈이니까 돈을 끌어오는 일도 대표의 일이다.(요건 다음 글로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직원들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잘 안 되는 대표님들께는 이렇게 말해왔다.

'법인의 심장이신 대표님께서 인간성을 좀 버려야만, 법인이 산다.'


내가 말하고도 너무 비인간적이고, 심하게 말한 것 같았다. 하지만 저 문장에 들어있는 의미는 진심이다. 정이 커지면 마지막에 입는 정신적 타격도 커진다.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직원과 처우, 평가 등의 상황에서도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해두시기를 바란다. 물론 정을 떼어라 라는 말이 아니다. 적정한 선이 있을 텐데, 글로 남기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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