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이머문자리 Dec 05. 2022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부족함을 알기 위함이다.

기업의 사업 계획이 목표 설정만을 위한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

연말이 되면 내년 계획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 여기에도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기업에 있을 때는 내년 경영 계획이 9~10월에 확정되었지만, 스타트업에서는 12월이 되어서야 계획이 확정되었다.


스타트업이 계획을 늦게 확정하는 것은, 변화무쌍한 상황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계획 수립을 하면서 '부족함'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확고하게 갖고 있는 영업이 있기 때문에, 내년의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그래서 보통 현업 부서에서 계획을 올해의 105% 정도를 만들어서 보고를 한다. 그러고 나면, 다시 내년에 확보되어야 하는 이익 수준에 맞춰서 계획이 120~150% 정도로 하달된다. 그러면 다시 원래 수립했던 계획에 약간씩 추가를 하는데, 그래도 120~130% 수준이다. 그러면 부족한 20~30%만큼은 신사업 개발로 분류해둔다. 계획을 만들면서 아무리 해도 안 될 부분들에 대한 새로운 제품이나 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반면 스타트업은 0에서 1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2~3배 성장하는 것은 다반사다. 그래서 계획을 짜면 기본이 200%이다. 스타트업이 보유한 사업모델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는 상황에서는 가능한 성장 곡선이다. 그래서 목표를 딱 찍고 나서는 마구 달리기만 하면 된다.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동안 사업 계획은 '목표'일뿐이다. 그렇게 조직의 '목표'로만 사업 계획이 받아들여지고 몇 해가 지나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목표'를 선포하는 일에만 국한되고 만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매년 2배씩 성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각 사업 모델의 시장의 크기는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고, 때로는 당초 계획한 것보다 훨씬 작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어떤 해는 1.2배 성장 내지는 정체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 그때가 바로 '부족함'을 찾기 위해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이다. 다만, 이런 시기는 쥐도 새도 모르게 찾아오기 때문에, 아무리 초기라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부족함'을 파악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올해 매출이 1,200억 원으로 작년의 1.2배 성장했다고 가정해보자. 내년 계획을 수립하는데, 3,000억 원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계획이 달성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이 되고, 현실적으로 1,800억 원 정도가 예상된다고 하면, 부족한 1,200억 원의 매출을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하는 것이 계획 수립의 목적이다. 즉, 1,200억 원의 매출을 내기 위한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고, 그도 안되면 1,200억 원의 매출을 낼 수 있는 사업을 인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



부족함을 파악했는데,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을 만들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달성하지 못할 목표만을 외치고 내년 한 해를 허비할 수 있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경영진들은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데에 있어서 주저하는 면이 있다. 그런데 시리즈 B~C에서 다른 회사를 인수하고, PMI(Post Merger Integration, 인수합병 후 통합과정)를 해보지 않으면 나중에도 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PMI는 쉽지 않은 과정인데, 직접 해보지 않고는 그 역량이 늘지 않기 때문에 본연의 사업 모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데에 적극적이면 좋겠다.


물론, 대기업에서 계획을 짜면서 파악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신사업' 부분은 대체로 실패였던 것 같다. 대신 다른 방법들로 계획을 채워나갈 길을 찾았다. 부족함을 알고서 사업을 진행해 나가면, 또 다른 길이 보이기 때문에 경영진과 담당자 모두가 부족함을 인지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지금 하는 대로 전력 질주를 하면 된다. 다만, 언제고 닥쳐올 수 있는 성장 정체기를 대비하기 위한 묘수를 만들어 가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택근무는 복지 혜택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