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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Nov 25. 2022

재택근무는 복지 혜택이 아니다.

과거의 잣대로는 재택근무를 관리할 수 없다.

한 동안 스타트업 씬이 붐일 때, 채용 공고를 보면, 너도나도 재택근무가 복지의 일부인 것처럼 표현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 나도 재택근무를 해봤지만, 재택근무는 출근 때보다 더 많이 일하게 되었다. 보편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업무를 한다면, 재택근무는 근무량이 늘어났다. 점심 먹으러 나가지도 않았고, 커피 매장에 가서 노닥 거리는 사치도 부리지 않았다. 물론 같이 갈 사람도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출근할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책임감을 갖은 사람들은 아마도 더 많은 업무를 하게 됐을 것이다.

물론 재택근무로 인해서 출근과 퇴근에 소요되는 2~3시간가량의 시간을 아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엄청난 혜택이었지만, 그만큼 업무 시간에는 몰입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라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어느 누구도 경험해 본 적 없는 형태의 업무 방식이다. 이를 관리하는 경영진이나 상급자를 위한 매뉴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의 경영진 또는 상급자들은 출근해서 대면 근무하는 조직 관리만 해온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으면,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처럼 조직으로 일하는 경우에는, 개별 직원의 업무 성과를 매일매일 구분해서 측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더욱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일전에 삼성의 모 계열사는 화상 캠으로 근무하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일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다.


반면 스타트업은 플랫폼 류의 서비스도 많고, 개별 인력이 혼자서 하는 업무가 많다. 그래서 원격에서도 개별 직원의 일별, 주간별 성과 측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조직 관리가 수월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재택근무로 눈앞에 안 보이면, 일을 덜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직원이 출근을 한다고 더 많이 일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들을 어떻게 더 높은 성과를 내게 할 것인가는 성과 평가의 측면에서 고민되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지금 이 글은 재택근무가 필요하다, 필요 없다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재택근무는 현세를 구성하는 업무 방식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조직 관리 차원에서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면, 도입하는 것이고, 그럴 역량이 없다면 무리해서 도입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옆 회사가 재택을 하는데, 우리도 도입하는 것이 Cool하다고 생각해서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경영진이 대면 근무가 아니면 조직원들을 관리할 역량이 아직 없다면,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것을 더욱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재택근무를 하면서는 조직 관리를 할 역량이 안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여기에 대한 해법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잘 못하는 것을 억지로 끌고 가지 않으면 좋겠다.



다만,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현재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인류라고 생각한다. 취준생들이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는 지를 알게 되는 첫 직장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재택근무를 경험하게 될 경우, 향후 개인의 성장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회사는 재택근무의 도입 여부를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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