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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Dec 01. 2022

'돈을 벌어오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다

회사에서 '돈을 벌어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동안 신기했던 것은, 아무도 '돈을 벌라'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거래 금액을 키워라 내지는 매출을 키우라는 지시를 받는 상황에 많이 놓였다. 대기업에 있는 동안은 세전이익으로 닦달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낯설었다. 특히 적자는 죄악시 되었었는데 말이다.


스타트업은 아직 Break Even Point(손익분기점, BEP)를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외형을 키워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게 외형에 집중하고, 업무 지시가 외형 위주로 돌아가면, 자연스럽게도 조직원들은 손익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특히, 영업 직군에 있는 직원들은 매출 목표나 거래금액 목표를 받으면, 그 목표에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진짜로 손익은 챙기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그 직원들의 잘못이 아니지만, 달성해야 하는 목표 앞에서 손익이 뒷전이 되는 것이다.


반면, 대기업에 있을 때, 3~4명이 한 SBU(Strategic Business Unit)를 구성했는데, 월 마감을 하면 나의 SBU 월별 세전이익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연간 계획도 세전이익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면 영업 담당은 모든 걸 챙겨야 한다. 매출, 매출이익, 영업이익과 배부 비용까지 말이다. 그 모든 비용을 감안하고 영업을 해야 되면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그렇기 때문에 영업에만 집중하게 된다. 괜히 영업외 비용으로 빼서 영업이익을 부풀리거나, 원가를 영업비용으로 빼서 매출이익을 부풀리는 부질없는 짓을 안 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스타트업 씬의 혹한기라는 지금, 많은 스타트업과 그 스타트업의 주주들이 '수익성'을 챙기기 시작했다. 플랫폼이 갖는 외형적인 지표를 챙기는 데 집중했던 지난 시절과 달리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야만 이 혹한기를 버티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동안 안 챙기던 수익성을 챙기게 되면, 조직이 반발하게 된다. 특히, 영업 직군에서는 그동안 매출 또는 거래금액 키우기에만 몰두했었는데, 갑자기 영업이익을 챙기라고 하면, 자기는 매출을 기존만큼 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기존에 매출만 챙길 때는 영업 사원이 원가 100원짜리를 150원에 팔았다. 그런데 그 사원의 월급이 100원이라고 해보자. 그럼에도 매출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150원에 판다. 그러면 영업이익은 50원 적자다. 그렇지만 기존에 수익성을 챙기지 않을 때는 그렇게 팔아서 외형을 키워왔다. 스타트업의 브랜드 파워가 엄청 크지 않을 것이므로, 가격을 높게 못 받았을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부터 영업이익, 세전이익을 챙기겠다고 하면 앞선 제품을 최소 200원 이상에 팔아야 하고 수익까지 보려면 220~230원에 팔아야 한다. 즉, 판매 가격이 1.5배쯤은 늘어나는 샘이다. 기존의 거래 상대방은 그렇게 높은 가격에는 살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이 영업 사원은 조직에 돌아와서 '왜 그동안 안 챙기던 걸 챙겨서 영업을 방해하냐?'라고 말할 것이다.


당연히 챙겼어야 할 수익성을 챙기는 것뿐이데, 그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앞선 예에서 영업사원이 이 제품을 220원에 팔지 못하면 회사는 그 직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은 그것 외에는 비용을 줄일 길이 많지 않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스타트업을 시작하시는 대표님들께 꼭 회계 공부를 하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재무제표를 만드는 것을 배운다기보다, 진짜 얼마를 벌고 있는지 보려면 원가 회계, 관리 회계를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스타트업이 만들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적정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또한, 그래야만 진정한 BEP나 Cash burn을 알 수 있다.


거기에 더해서 앞선 예에서와 같이, 초기에 안 챙기던 수익성을 나중에 매출 어느 정도 달성하고 나서 챙기겠다고 하면, 조직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초기 기업이라도 조직원들이 수익을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외형만 챙기다 보면 어느 순간 아무도 '돈을 벌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마치 조직 전체가 수익엔 관심 없는 상태가 되어 있게 될 수 있고 적자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 나중에 '돈을 벌어와라'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몇몇 스타트업은 외형만 챙겨서 키웠는데, BEP를 달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BEP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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