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의 행동 양식은 일반인과는 완전히 다르다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배우고, 스타트업을 경험하면서 나는 스타트업 대표를 하기에는 부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 일하고 있는 Seed Round 스타트업 대표와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대표님은 Zero to One을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Zero to One이 왜 어렵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걸요."
"저는 Zero to One보다는 One to Ten을 잘합니다. Zero to One은 저에겐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거든요."
Zero to One은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쓴 책의 재목인데, 읽어보면 상당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지금은 그 책의 인사이트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Zero to One은 것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정도로 알면 될 듯하다.
나도 영업으로 15년 이상을 살아와서 실적을 키우고, 매년 영업 계획에 맞춰 일하는 것은 잘한다. 하지만 새로운 영업을 만들어서 키우는 일을 많이 해보지는 못했다. 스타트업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는 모두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순으로 취직을 시도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을 벌이는 업무보다는 기존 영업을 더 키우는 업무를 많이 했다.
그래서 앞선 대표님과의 대화로 돌아가보면, 나에게 있어서 Zero to One은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One to Ten은 내가 Zero to One에 대치되는 의미로 만든 것인데, 기존의 영업을 키운다는 의미이다. Zero to One을 하기보다, 기존의 영업을 1에서 10으로 키우고, 100으로 키우는 것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Zero to One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 것이 나에게는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대표님은 지금 하는 일이 본인이 그냥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고, 오랜 기간 묵묵히 이 일을 해왔던 것이다. 같이 일하면서도 Zero to One이 익숙한 대표님을 보면서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서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타트업에게는 One이라고 할만한 수익 사업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Zero to One을 할 수밖에 없다.
대표님이 Zero to One을 하시면, 나는 One to Ten을 하면 되는 조합으로 일하고 있다. 각자 서로에게서 배울 것이 있는 관계라서 바람직한 업무 관계라고 생각한다. 항상 Zero to One을 하시는 대표님을 보면, 이걸 다 받아서 One to Ten을 할 수 있을까 싶은 부담감이 생기기는 한다.
게다가 투자유치를 위해 IR 자료도 만드는데, 드디어 라운드 오픈한다. 바쁨에 바쁨 10 스푼 정도 더 섞은 느낌이다. 어떻게든 해내는 것이 스타트업 정신이니까 오늘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