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이머문자리 Oct 24. 2023

혁신에는 기존 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혁신만을 위해 달리다 보면 기존 산업을 간과하게 된다. 

스타트업을 경험했고, 지금도 스타트업 안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항상 느끼는 한 가지가 있다.

스타트업의 대표는 종종 또는 자주 기존 산업을 무시한다.


가장 오래 몸 담았던 스타트업이 '와디즈'였기 때문에, 와디즈에 대한 이야기를 예를 들어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글에서 언급할 이야기들은 와디즈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님을 밝힌다.


Crowdfunding (크라우드펀딩).

와디즈는 클라우드(Cloud) 펀딩이라고 하면, 뭘 잘 모른다고 싫어한다. 하지만, 대중의 인식은 크라우드 펀딩보다는 클라우드 펀딩이 더 친숙했던 것 같다. 클라우드 서비스(웹 저장소)가 널리 알려지면서, 공동의 저장 공간을 일컫는 클라우드가 대중의 머리에 많이 인지되어 있었기에, 대중의 투자를 의미하는 크라우드 펀딩은 꽤 자주 클라우드 펀딩으로 회자되었다.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처음 와디즈가 생겼을 때를 생각하면, 크라우드 펀딩은 아주 생소한 개념이었다. 즉, 세상에 혁신으로 비춰 질 만큼 멋진 Business Model이었다. 

하지만 혁신만 계속할 수는 없다. 어느 시점에는 기존 산업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와디즈에 합류했던 2019년에는 굉장히 다양한 대기업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그런데, 와디즈는 대부분의 러브콜을 거절했다. 물론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을 베껴 갈 수 있는 위험이 있겠지만, 조금만 더 진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쇼핑이 아닙니다. 투자입니다.'

이 말이 와디즈가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밀어왔던 표어였다. 하지만, 고객에게 있어 와디즈는 신기한 제품을 살 수 있는 쇼핑몰로 인지되는 편이다. 크라우드 펀딩 사업을 10년 넘게 해오면서도 고객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고객에 맞춰서 기업이 바뀌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크라우드 펀딩이 성장하면서 결국에 e-Commerce, 유통이라는 기존 산업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이유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품이 세상에 출시하게 되면, 결국 판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1년 9월 와디즈도 "와디즈 스토어"라는 서비스를 론칭해서 펀딩 했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을 회사 내에서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매우 크다.


e-Commerce라는 산업은 30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가졌다. 나는 이 산업 안에 축적된 노하우는 일개 스타트업이 개발자 몇 명 데리고서 뚝딱 만들 수 없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와디즈는 만들 수 있다는 일념 하에 직접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산업에 축적된 노하우를 받아들이기보다, e-Commerce의 겉모습만 뱃기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e-Commerce, 더 나아가서 유통업이라는 큰 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이 그냥 크라우드펀딩 했던 메이커(거래처)들이 우리가 만든 커머스 서비스 이용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서비스를 덜컥 내놓은 것으로만 보인다. 지금 이 서비스로 거래규모가 얼마나 커졌을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크라우드 펀딩 거래액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에 더해 마케팅은 더해야 하는 상황으로 수익은 아마도 거의 나지 않을 것이다. 


유통 또는 장사라는 것이 가판만 벌려두면 팔리는 것 즈음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유통 산업은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고, 쉽지 않기 때문에 연구가 필요하다. 기존 산업의 이해를 기반으로 연구를 하고 시작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크라우드 펀딩가 e-Commerce로 연결되는 구간만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여느 스타트업이건 혁신적인 Business Model이 성장하면, 전통 산업과 언젠가는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연결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때, 스타트업의 측면과 전통 산업의 측면을 잘 연구해서 이어가면 좋을 것 같다. 


최근 토스의 행보를 보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토스 내부 사정은 내가 잘 모르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토스를 쓰면서 은행/증권에 대한 접근을 굉장히 부드럽게 연결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은 전통 산업을 무시하고 짓밟아 이기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전통 산업을 면밀히 분석하고 혁신할 Point를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특정 사업 모델에서 수익이 없다면, 과감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접고 다시 시도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제한된 리소스(돈과 인력)를 더 효율 나는 곳에 투입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패션 버티컬앱, 잘 되고 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