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와서 또 한 가지 좋았던 것은 현세에 공존하는 젊은 친구들과 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MZ세대, 알파 세대 등으로 특정 짓고 일반화하고 싶어 하겠지만, 사실 그렇게 단순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세대 차이가 있는 신세대라고 정의하기엔 많이 달라져있었다. 그래서 난 지금 2~30대는 신인류 수준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새운 세대라기보다는 새 시즌이라고 하는 것이 맞아 보인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2023년에 프로야구 2010년 시즌을 보고 있는 것과 같다. 차이에 대한 이해 없이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에 공채로 입사하는 젊은이들은 특정 기준을 넘기고(특정 기준을 넘겼다고 우수하다는 것은 아니다) 입사했기 때문에 튀는 사람이 별로 없다. 대체로 제도권 교육을 충실히 받아와서, 조직에도 순응한다. 그래서 젊지만 기존의 제도에 순응하면서 조직에 녹아든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MZ세대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해도 잘 와닿지 않았고, 잘 알아야 될 필요도 없었다. 여전히 어느 정도 까라면 까는 분위기였다.
스타트업에 와서 젊은이들을 보니 완전히 달랐다. 매우 열정적이었다. 대기업의 젊은이들도 열정적이었지만, 스타트업의 젊은이는 자기 삶에 열정적이었다.
대기업의 젊은이가 조직에 자신을 맞춰갔다면, 스타트업의 젊은이는 조직이 나에게 맞는 지를 봤다. 그리고 자신과 잘 맞지 않으면 빠르게 퇴사를 했고, 더 잘 맞아 보이는 회사로 이직했다.
"라떼는 말이야 조직에 충성하고 20년씩 회사 다니고 그랬어. 요새는 인내력이 부족해."라고 말한다면 지금 젊은이들은 이해 못 한 것이다. 잦은 이직도 괜찮다고 인정하라는 것이 아니고, 잦은 이직은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은 조직에 충성을 강요할 수 없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줄어들었고, 젊은이들에게는 자신의 행복이 최우선이 되었기 때문이다. 잦은 이직을 부정적인 시그널로 보기보다는, 자기애가 강하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회사의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면, 채용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채용하지 않으면 된다.
그렇지만 채용과 해고 이전에, 예전과 다른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회사의 발전에 활용할 수도 없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시즌의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기존의 잣대로 단순이 평가절하해버리기보다는 제대로 된 잣대를 갖고 평가할 준비가 돼야 할 것이다.
다만, 제대로 된 잣대가 아직은 정립되지 못했다. 즉, 나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평가론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현재 젊은이들에 대한 연구가 스타트업의 경영진 차원에서 더 심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경영진들의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이 유연할 것 같지만, 반대로 제한된 리소스로 인해서 훨씬 경직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를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유연한 사람이다, 민주적인 사람이다라는 착각에 빠지지 말기를 바란다.
이제 2023년이다. 2000년대, 2010년대 프로야구 시즌에 흠뻑 취해, 2023년 프로야구는 볼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매 시즌별로 우수한 선수와 팀은 계속 있다. 스타트업도 아무리 혹한기더라도 우수한 회사와 직원들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