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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는 제2, 제3의 장부가 필요하다.

관리회계가 더욱 절실한 곳은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이다.

by 바람이머문자리

대기업을 다니던 시절, 나는 회사 일로 돈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대기업은 자금력은 풍부하니까 말이다.

협력사건 경쟁사건, 일하면서 알게 되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돈이 부족해서 영업을 못하시거나 대출받으러 동분서주하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내 일은 아니었다.

중소기업이 대출을 더 받기 위해 매출을 키우는데 혈안이 되어 있을 때, 난 영업이익을 만들어야 돼서 매출은 신경 쓰지 않았다.(물론 매출 목표가 있지만 이익 목표 달성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인가, 월별, SBU별 Working Capital 관리를 했다. Working capital 관리는 판매해서 받을 돈과 구매해서 줄 돈을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외상 거래까지 더해지면 매출채권 회전율, 매입채무 회전율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복잡하니까 단순하게 이번달 말에 줄 돈 얼마고, 받을 돈 얼마인가를 관리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굉장히 복잡하게 관리했었다.


이런 것이 관리회계인데, 회계감사를 위해 회계 기준에 따라 전표처리하는 회계장부 외에 내부적인 관리 목적으로 만드는 장부인 것이다. 물론 회계지식이 기반되어야 하지만 관리회계에는 사업의 관리 포인트를 수립하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특히 스타트업은 사업 모델이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 회사에 맞는 관리 포인트를 도출하기 위한 창의력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에는 과연 장부가 몇 개나 있을까?

스타트업 대표님 관점에서 1개라면 2~3개는 돼야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우선 현금주의 장부 하나와 미래 6~12개월 추정 장부이다. 거기에 더불어 대표님이 의사결정을 하는 시나리오별 장부까지 있으면 최고일 것이다.


극초기 기업은 내부에 전표처리 인력이 부족해서 세무사에게 기장을 맡기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장부가 0개일 수도 있다. 기장을 맡기기 때문에 세무사가 작성하기 전까지는 장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0개라고 얘기한 것이다. 그리고 시리즈 B~C 정도부터는 내부 회계팀을 꾸리고, 솔루션을 도입해서 직접 장부를 관리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 관리회계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 이유는 빠듯한 현금 때문이다. 현금 흐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비용 집행의 우선순위를 잘못 결정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갑작스러운 현금 부족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표처리하는 장부는 회계기준에 맞춰 발생주의를 채택하여 기록한다.

발생주의의 가장 주요한 요소는 수익비용 대응 원칙이다. 현금으로는 당장 안 나갔지만 이번 매출에 감안해야 할 비용이 있다면 비용으로 잡아서 실제로 수익이 얼마나 되는 지를 기록하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발생주의 회계장부만 보면 현금이 충분한 것인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현금주의 장부(현금 출납 기준으로 기록)가 필요하다. 특히나 스타트업은 cash flow management(현금 흐름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현금주의 장부는 꼭 별도로 만들어서 관리하시길 바란다.


여기에 더해서 앞으로 6개월의 예측을 담은 장부까지 있으면 좋다. 대개 매출 추정이 쉽기 때문에 손익계산서 정도만 추정하는데 그러면 현실성 없는 추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출을 만들기 위해 매입에 필요한 현금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내가 추정한 매출을 만들 만큼 충분한 현금(현금은 대차대조표 항목이다)이 없었다면 추정 자체가 잘못되기 때문이다.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는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다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



위의 제 말을 이해 못 하신다면 패스트캠퍼스(광고 아님, 여기 말고 다른 플랫폼이 안 떠올라서 ㅎ) 같은 데서 권오상 선생님이 하시는 회계 강의를 들어보시길 바란다.

대표님께서 회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있어야 회사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맞는 회계팀장을 구하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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