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부서에서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을 다니던 시절에는 주단위, 월단위, 분기단위, 연간단위, 5년 앞에 대한 영업 전망을 제출했다.
관리회계라고 하니 경영관리 또는 재무부서에서 잘하면 되는 일인가 보다 싶겠지만, 관리회계는 경영관리 또는 재무부서에서 주관을 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 부서들에는 과거의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을 뿐이기 때문에, 영업부서에서 미래 전망 값을 제시해야만 관리가 된다.
스타트업에서는 시간이 대기업보다 빨리 흐르고, 성장의 크기도 다르기 때문이 향후의 전망에 대기업보다 덜 신경 썼던 것 같다. 1~2개월 앞을 전망하고 관리하기보다, 1~2개월 안에 더 큰 성장을 만드는 현재에 집중하니까 말이다. 스타트업 영업 팀장에게 다음 주, 다음 달 매출 전망을 제출하라고 요구한다면, 아마도, 당장 매출 만들기도 바쁜데 그걸 언제 하냐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플랫폼 스타트업들의 경우 이러한 미래 예측치를 관리부서에서 전담하는 경향이 있다. 플랫폼에서 거래가 생기고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통계학적으로 추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추정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한 달 정도는 예측이 되겠지만 그 이상은 영업팀의 전략과 꼼수, 기지를 발휘해서 만드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영업 현장의 실질을 알지 못하고 하는 예측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관리 회계의 출발선은 영업 현장의 미래 예측이다. 물론 영업팀에서는 매우 주관적이고 의욕이 담긴 전망을 내놓을 것이다. 이러한 전망치를 관리 부서에서는 검증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A라는 제품을 e-commerce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보자. 판매 수수료가 10%로 가정을 한다. 그런데 신규 입점했다고 6개월간 50%를 깎아줘서 수수료가 5%라고 하자. 관리부서에서는 영업의 이런 디테일을 알지 못하면, 1년 내내 수수료가 5%인 줄 알고, 수익을 더 크게 예측하게 된다.
또는, 영업팀에서 이번 달은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서 특정 요일에만 가격을 50% 할인해줬다고 보자. 그러면 전체적인 매출과 매출이익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당 수익은 떨어지게 되고, 이러한 부분이 세밀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향후 수익 예측이 잘못될 수 있다.
관리회계라는 말을 붙이다 보니, '회계'에서 풍기는 뭔가 어렵고 복잡한 느낌이 있다. 그런데 사실 단순하게 보면 숫자를 관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누가 숫자를 관리해야 될까?
'회사의 구성원 모두가 관리해야 한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영업팀에서 판매를 한다. 판매를 할 때, 원가라는 숫자를 관리하지 않고, 판매가와 원가의 차이인 매출이익을 관리하지 않고, 영업에 필요한 필수 경비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판매해서 얼마가 남는지 알 수 없다. 얼마가 남는지 알 수 없는 채로 영업을 하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자선사업가가 할 일이다.
마케팅팀을 생각해 보자. 마케팅을 한다고 바로 매출로 직결되지 않지만, 마케팅을 1억 하고, 매출은 1천만 원만 발생하고 이익도 500만 원에 그쳤다면, 그 수준의 마케팅을 지속할 수 없다.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시절, '영업관리팀'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내가 그 팀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처음 저 팀이 생겼을 때, 나는 의구심이 들었다. "왜 영업관리를 영업팀에서 안 할까? "였다. 앞에서 당장의 성장을 위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 관리할 시간이 없어서일 것이다.
대기업에 있을 때, 영업을 하면서 한 번도 내가 영업 실적을 관리하지 않은 적이 없다. 사원/대리 때는 실무자로 관리하고, 파트 리더를 할 때는 관리자로 관리를 했다. 기본적으로 영업 이익까지 관리를 했으며, 월 마감을 하고 나면 내가 예측한 값과 실제 값을 비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부분이 튀었는 지를 확인하고 다음 달에는 예측하지 않았던 수익/비용을 감안해서 관리했다.
영업 일선에서 영업이익까지를 들여다보지 않고 영업을 하게 되면 회사의 성장과 무관하게 영업을 하게 된다. 직원들은 위에서 가이드해주는 방향에 따라 일을 하게 된다. 거래금액으로 푸시하면 거래금액 올리기만 하고, 매출로 푸시하면 매출 올리는 데 집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업팀은 영업이익으로 푸시해야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영업이익으로 푸시하면 영업 외 비용으로 돌려서 영업이익을 부풀리려는 수작을 부리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대기업 시절에는 세전이익으로 푸시받았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세전이익을 월 단위로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선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일을 열심히 하기 전에, 숫자를 관리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업무를 할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달을 보내고 계획했던 예상치와 차이가 많이 난다면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도출해서 다시 다음 달에는 계획한 실적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영진에서 실적 미달에 대해서 깨기만 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영업팀 모두가 150%의 역량을 쏟아부었는데, 달성해야 할 목표의 70% 수준밖에 안 된다면, 영업팀을 더 쪼아서 100%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1~2개월 닦달해서 만들어낼 수는 있겠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경영진은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해서 남은 30%를 만들어낼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그 전략은 신사업이 될 수도 있고, 외부 회사나 사업부를 인수해서 붙이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우리 회사는 2배씩 성장했으니까, 앞으로도 2배다!라고 계획을 세우고 조직 구성원들을 몰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말도 안 되는 계획 앞에 절망감을 느끼고 번 아웃이 올 것이다. 매 순간 계획 대비 실적을 분석하고 원인을 파악해서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 전체가 관리적인 마인드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내가 대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자연인으로 살고 있으면서 내 생각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들이 관리회계에 더욱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했는데, 사실 이 부분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 것 같다. 2월 초까지는 AICPA 시험 때문에 바빠서 넋두리 같은 글을 주에 한 편씩 쓰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스타트업을 분석하고 관리 포인트를 만들어 보는 내용들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