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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분기점은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수립하는 것이다!

손익분기점을 계획처럼 수립하고 관리해야 한다.

by 바람이머문자리

대기업을 다니던 시절 9~10월경에 다음 해 경영계획을 짤 때면, "내년엔 인당 5억 벌어야 똔똔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똔똔이 영업 전문 용어로 손익분기점(Break Even Point, BEP)이다. 내 연봉이 5억이 안되는데, 난 그런 돈 받은 적 없다라며 농담을 하곤 했었다. 실제로 인당 7억이다라고까지 들어보고 퇴사했던 듯하다.

회사에는 영업 외의 조직(대표이사, 인사, 총무, 재무 등등)에서 쓰는 비용을 영업에 배부하게 되고, 다양한 비용을 감안해서 영업사원이 인당 얼마의 이익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저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즉, 한 해의 손익분기점이 수립되고 영업적인 언어로 공유되고 있었던 것.


앞선 내 글에서 초기 스타트업은 세무사에게 기장을 맡겨 장부가 0개인 극단적인 경우도 이야기했었다.

그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경영진에서 장부가 만들어지는 것에 관심 갖고 있지 않다가, 월말 또는 분기말에 BEP를 달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사후적으로 달성된 BEP는 관리적인 차원에서는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번 BEP가 지속 가능한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전적으로 BEP를 수립하지 않으면, 왜 BEP가 달성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 달성한 BEP에 모든 비용이 반영되었는 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글 제목을 '손익 분기점은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수립하는 것이다.'로 정했다.



BEPq.png

관리회계 상의 BEP 공식이다. BEP Q는 손익분기점이 되는 판매 수량, FC(fixed cost)는 고정비, UCM(Unit Contribution Margin)은 개당 공헌이익이다. UCM은 판매단가에서 개당 변동비를 빼서 구한다.

변동비와 고정비에 포함되는 비용들이 무엇 무엇인지를 관리회계에서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복잡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 글은 그런 구분 방법론을 자세하게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은 회계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단순화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고정비는 매출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비용이고, 변동비는 매출에 따라 변동하는 비용이라고 보면 된다.


회사에 매달 내는 고정비(FC)가 100만 원 있다. 하나 팔아서 남는 이익(UCM)이 1만 원이라고 하면, BEP 수량은 100개가 된다. 그리고 영업 직원이 5명 있으면 인당 20개 팔면 된다. 즉, 인당 20만 원씩만 벌어오면 된다. 이렇게 수립된 BEP를 기반으로 인당 20개를 팔았다고 보자.

1) 그런데 여전히 적자라면, BEP를 수립하는 시점에 감안되지 않은 추가 비용이 있거나, 시장 경쟁이 심해져서 판매가격이 떨어졌거나 하는 현상들을 분석해 볼 수 있다.

2) 반대로, BEP를 초과해서 수익이 났다면, 누락된 비용이 있지 않은지, 향후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수립된 BEP를 상향 조정해야 하는지 분석해봐야 한다.


BEP를 수립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분석해서 다시 BEP를 수립해야 한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반기, 분기 BEP를 머릿속에 갖고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고, 그래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 게다가 회사가 성장하면서 BEP는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계속 수립과 검토를 반복해야 한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스타트업 중에 플랫폼 기업이 많으니까, 이 BEP 개념을 플랫폼에 적용해 보자.

비용은 클라우드 서버비용, 인건비, 문자 발송 비용, 등 다양할 것이다. 여기에서 매출에 따라 변하지 않는 비용들은 전부 고정비로 감안한다. 다만, 클라우드 서버비용은 사용량에 따라 늘어나기 때문에 일정 부분 변동비적인 성격이 있다. 그래서 앞선 예와는 달리 고객수와 서버를 사용하는 양을 감안해서 늘어나는 부분을 고정비에 추가 반영해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 부분이 매출과 직접 연관이 안 되기 때문에 UCM 계산 시에 감안하기도 어렵다.

고정비와 변동비를 어떻게 나눌지는 사업 모델에 따라서 세밀하게 분석하고 매출과 직접 연관되는 변동비는 차감해서 UCM을 구해야 한다. 이 부분은 경영진의 면밀한 분석과 창의적인 로직이 필요하다. 관리회계는 기업의 외부로 공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체적인 로직(영업적으로 합리적인 로직)이 있다면 반영해서 관리하면 된다.


플랫폼을 통해서 청소 도우미나 아이 돌보미를 매칭해 주는 서비스라고 가정해 보자. 고객이 2만 원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여기에 매칭된 인력의 인건비가 13,000원 나가고, 고정비는 210만 원이다.

이렇게 되면 UCM은 20,000 - 13,000원 = 7,000원이다. 그러면 BEP는 300번의 매칭이 일어나야 BEP가 되는 것이다.



BEP를 계산하는 산식은 간단하다.

다만, BEP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원가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BEP를 수립한다. 과거의 비용을 분석해서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누면 된다. 그러고 나서 향후의 매출 계획과 고정비, 변동비를 감안한 BEP를 도출하면 된다. 원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지속 가능성도 평가해 볼 수 있다.


앞선 플랫폼의 예시에서 고정비만 2억이라고 변경해 보면 BEP는 약 28,572번의 매칭을 해야 한다. 만약, 전체 시장 규모가 매칭 2 만회라고 하면, 우리 기업이 Market share 100%를 해도 BEP를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럴 경우 고정비를 줄이건, 해외 진출로 시장을 키우건, 사업을 중단하건 상황에 맞는 전략의 변화를 해야 한다.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스타트업일수록 원가 분석이 더욱 철저해야 하는 이유이다. BEP를 모르고 사업을 지속한다면,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BEP를 향해서 현금만 소진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BEP를 수립했다면, 구성원들에게 이 BEP를 달성하도록 가이드를 해야 한다.

BEP가 되는 매출을 기준(영업사원 인당 매출 10억씩만 하자)으로 가이드를 할 수도 있고, BEP가 되는 이익(영업사원 인당 이익 2억씩)을 기준으로 가이들 할 수 있다. 나는 되도록 후자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업사원은 가이드된 수치에 집중해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매출로 드라이브를 걸다 보면 이익을 일부 손해 보더라도 매출을 달성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익으로 드라이브를 걸면, 매출은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이익을 달성하려고 하다 보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


그리고 똔똔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얼마를 벌 것인가를 반영해야 한다.

TIPq.png

TIP Q는 목표수익점(Target Income Point)의 판매수량이다. BEP Q 수식에서 분자에 영업이익(Operating Income)이 추가되었다. 즉, 고정비+이익만큼 벌려면 몇 개 팔아야 하는가이다.


대표님께서 지금 머릿속에 BEP가 되려면 이번 달에 몇 개를 팔아야 하는지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으신다면, 원가 분석부터 시작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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