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출신은 Fact와 Opinion을 나누어서 설명한다.
대기업에서 보고를 하다 보면 종종 깨지는 것이, 사실(Fact)과 의견(Opinion)을 혼용할 때이다.
윗분들께서 "그것이 니 의견이냐? 사실이냐? 왜 니 의견을 사실인 것처럼 보고하냐?"라고 하신다.
그리고 윗분들은 부하 직원들(대기업에서는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이 Fact Finding을 잘해서 보고해 주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의사 결정은 윗분들이 하는 조직 구조이다 보니, 일반 직원들은 사실 관계 파악을 하는 데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물론 그 사실을 기반으로 A, B, C안의 개인 의견이 있지만, 최종 의사결정은 윗분들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의사 결정에 따른 책임은 의사 결정한 사람이 지는 구조다.(물론 책임을 잘 안 지는 리더들도 있다.)
반대로 스타트업에서는 업무를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의견에 무게가 실려 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업무를 추진하면서 해도 된다는 분위기다. 그래서 뭔가 Fact와 Opinion이 섞여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의견이 아주 이상하지 않다면, 담당자의 의견대로 업무를 추친하게 된다.
다른 대안이 있을 수도 있고, 더 좋은 안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관계를 깊게 분석하고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담당자가 생각한 1~2가지 방안을 일단 진행 해보게 된다.
면밀한 분석이 되지는 않지만, 빠르게 추진되기 때문에 스타트업 대표님들께는 아주 추진력 좋은 직원으로 느끼게 된다. 그런데 만약 그 방안이 잘못되었다면, 추진력에 탄력을 받아서, 훨씬 빠르게 잘못될 수도 있다.
대기업 직원들이 추진력이 없거나, 업무를 주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방식이라고 보는 것이 좋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Fact finding을 먼저 한다. 윗분들께서 1, 2 depth 깊게 질문을 해도 답변할 수 있도록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분석해서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몇 가지 추진 방향을 수립해서 보고를 진행한다. 그래서 보고가 Fact → Opinion 순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스타트업 대표님들께서 이렇게 보고를 듣다 보면,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는 의아함이 들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관계의 보고를 주르륵 듣고 있으면, '이 친구는 업무 추진할 때, 속도감이 없구만. 그리고 의견이 부정적이네'라고 느낄 수 있다. 사실 관계를 건조하게 보고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서 이 일을 못한다는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실과 현황에 대해서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 분석한 방안을 A, B안 제시한다.(많게는 C, D안까지도)
물론 보고를 하면서 '제 생각에는 A 안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 한다. 'A안으로 추진하겠습니다.'가 아니다. '제 생각에는 A 안이 좋은데, 대표님의 의견은 어떠신가요?'라는 뉘앙스로 보고하게 된다. 그러면 또 대표님은 '이 친구는 추진력이 없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대표님이 보고를 다 듣고 나서도, 이 친구는 이걸 하라는 건지 하지 말라는 건지 애매하다고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에서 업무를 배운 사람들은, 이런 형태의 보고와 의견 교환이 평범한 업무 방식이다.
그래서 대기업의 보고서는 이렇게 시작된다. (바탕체, 15pt, Bold체로 시작한다.)
1. 개요 → 2. 사업 현황 → 3. 경과 → 4. 현안 + 별첨
1~3이 사실에 대한 부분이다. 4번의 경우도 발생한 현안에 대한 내용 + 대응방안이기 때문에 본문의 85~90%는 사실 관계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별첨은 그 사실관계 중에 추가로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을 정리해 둔 것이기 때문에 또 Fact에 대한 내용이다. 앞서 말했듯이 의사결정은 윗분들이 하시니까, 윗분들의 의견이 중요한 것이다.
여기까지, 대기업 출신 직원들의 일반적인 성향을 말씀드렸는데, 모든 경력직이 이렇지는 않다. 내가 쓰면서도 몇 % 정도가 이런 행동 패턴을 보일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스타트업 대표님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낯선 성향의 직원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협업을 해야 될까?
1. 보고하는 내용 중에 Fact에 대한 내용은 잘 듣는다.
보고자는 이런 사실이 있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라는 보고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장점 3개, 단점 4개가 있습니다라는 식의 보고가 될 것이다. 사실 관계를 면밀히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잘 들어주면 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면 된다. 그리고 대표님께서 기존에 생각하고 계시던 내용과 다른 것은 없는지 점검해 보면 된다.
2. 보고하는 내용 중에 Opinion 내용에 대해서는 토론을 한다.
그리고 이제 대응 방안 A, B안을 보고할 것이다. A, B안별로도 장, 단점이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각 대응 방안의 장단점에 대해서 토론을 해주시면 된다. 대표님이 A 안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하시거나, A, B안 모두 마음에 안 들고, C안을 해보면 어떨지를 설명해도 된다. 그러면 보고하는 직원이 그에 맞 받아쳐서 자신이 A 안을 더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이것은 보고하는 직원이, 내 의견이 더 우수하기 때문에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점 때문에 A 안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자 함이다. 그에 대해 적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이해를 시켜야 해당 직원은 C안을 흔쾌히 추진할 수 있다.
3. 토론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경력직이기 때문에, 자신은 A 안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본인 스스로의 이해가 없이는 C안을 그냥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 자신의 경험에 반하는 일을 계속해야 된다면, 경력직 입장에서는 이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는지 고민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는 것은, 조금 더 회사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어 더 빠른 성장에 기여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대표님께서 사실 관계를 들어보지 않고, 본인의 의견만으로 밀어붙인다면, 경력직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펼이면서 업무를 하려던 기대와 어긋나게 된다.
그래서 대표님께서 열린 마음으로 토론을 하면 좋겠다. 다른 사람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 대표님의 사고가 확장되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대표님의 사업이 성장 궤도에 오르고, 대기업 경력직이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은 사업적으로 좋은 징후이다. 그런데, 나름 연봉 높게 경력직을 채용해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냥 신입을 채용하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물 먹으면, 스타트업에서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시기보다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업무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그 경력직의 경험을 회사의 자산화하려고 노력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타트업이 평생 스타트업일 수는 없기 때문에, 대기업에서의 좋은 것들은 도입을 해야 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사실 관계에 대해서 면밀하게 분석하는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경험을 갖고 있는 경력직이 인사이트를 토대로 변화하는 세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분석해 드릴 수도 있을 것이다. 대표님이 지금까지 이루신 것으로 쌓아 올린 성벽 안에 갇히기보다는 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