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렸다는 것을 알아야, 고쳐서 나아질 수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시험 문제 틀리고 오면, 부끄러워한다. 그러면 나는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틀려야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고, 그 부분을 공부해서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해준다.
우리는 100점만이 우수하고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시험에서 틀리지 않으면 아는 것으로 판단해 버리기 때문에, 나는 100점은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까지 나는 AICPA를 공부하면서 오답노트를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문제 풀이 중에 30%는 틀렸다. 그렇게 틀린 문제를 반복해서 풀면서 시험 전 날에는 89점까지 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반복하면서 반복적으로 틀리는 부분을 계속 점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보면, 나는 70점이 가장 좋은 점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적당히 낮은 점수라서 더 공부해야 할 이유가 생기고, 다시 공부하면서 점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흥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답 노트를 보다가 이 관점을 사회생활에 접목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상황들은 어떨까? 답이 없는 문제들 앞에서도 우리는 오답 노트를 만들고 다시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회생활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들은, 학창 시절의 시험이나, 자격증을 위한 시험처럼 정확한 답이 없기 때문에 틀렸는지 맞았는 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줄 답안지가 없다. 그래서 이것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대기업에서는 업무를 함에 있어서 관행이나 관례가 있고, 선배들이 해오던 방식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맞는 방법을 유추할 수 있다. 게다가 하다가 막히면 선배나 팀장에게 물어보면 된다. 선배나 팀장이 모르더라도 가장 좋은 방법을 이야기해 줄 것이다. 그리고 업무를 반복하고 숙달하면서 개개인들은 가장 좋은 방법을 정립해 갈 수 있다.
반면, 세상에 없던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어느 누구도 맞고 틀림을 이야기해 주기 어렵다. 오롯이 대표가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 하는 일이 제대로 된 방향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평가하고 오답 노트를 만들어서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대표님께서 지금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의 평가가 쉽지 않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본인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스스로 이야기하기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앞에서 말한 '100점'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자라면서 '100점'이 좋은 것이라고 배워왔고, 그래서 본인이 추진했던 일이 100점이 아니고, 70점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 불편함을 느낀다.
나의 오답 노트 이야기처럼 70점이 가장 좋다. 그리고 70점짜리 성적표와 오답 노트가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가능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100점이라고 만족하는 순간 더 나아질 수가 없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참 외롭다. 그렇지만 당신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길을 개척해 나가는 위대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잘해왔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해온 일이 100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70~80점 정도여야만 더 좋은 사업이 될 것이다. 지금 대표님이 기존에 해오셨던 일들을 돌아보고 오답노트를 만들어 보시면 어떨까 생각한다.
만약, 객관적으로 판단해 줄 만한 제삼자가 있다면, 제삼자에게 지금까지의 일들을 평가하고, 오답 노트를 만들어 달라고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